산업 생활

[라이프앤] '여름라면 강자 팔도비빔면' 원재료 황금비율+진공·밀봉기술...30여년간 소비자 입맛 잡았죠

<액상수프에 담긴 비밀>

2년 걸쳐 국내 첫 액상수프 개발

'라면은 끓는 물에 면·수프 넣는것'

고정관념 깨고 비빔면 시장 개척

엄선된 고추장·사과즙이 맛 비결

골뱅이와 비비는 '골빔면' 등 히트

올해 누적 판매량 10억개 '훌쩍'

비빔면서 구축한 액상수프 기술

팔도짜장면·불짬뽕으로 이어져

"젊은라면 앞세워 고객 니즈 수용"







“경쟁사와 차별화하려면 액상수프로 승부를 거는 게 어떨까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유통기한이 짧아 수익성이 나지 않습니다.”


지난 1981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팔도 식품연구소. 첫 라면 출시를 앞둔 연구원들 사이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삼양과 농심에 이어 라면 후발주자로 뛰어든 팔도에게 기존 라면과는 다른 새로운 라면을 선보이라는 특명이 떨어진 터였다. 면발에서는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기에 팔도는 액상수프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팔도비빔면’‘팔도비빔면’


‘팔도비빔면’ 액상수프‘팔도비빔면’ 액상수프


액상수프는 맛에서 분발수프보다 탁월한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불리했다. 분말수프는 수분을 최대한 억제해 유통기한이 길었지만 액상수프는 액체 상태의 원물이 들어가는 탓에 보존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액상수프는 산도와 당도를 얼마나 최적으로 조합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자 자연스레 액상수프를 포기하고 분말수프로 가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민수 팔도 식품연구소 팀장은 “당도가 안 맞으면 맛과 색이 변하고 산도를 못 맞추면 미생물이 번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액상수프 개발의 관건이었다”며 “당시 일본 이치방식품이 액상수프를 상용화했다는 점도 자극이 됐다”고 회상했다.



2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팔도는 액상수프 개발에 성공하고 첫 라면인 ‘팔도라면’을 1983년 출시했다. 쇠고기·클로렐라·참깨 3종에 효소분해법을 적용한 액상수프를 넣은 파격적인 제품이었다. 계열사인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발효공학 및 미생물공학 기술력도 도움이 됐다. 팔도라면은 탱글탱글한 면발 못지않게 수프 맛이 일품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단숨에 라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국내 최초로 액상수프를 선보인 팔도는 이듬해인 1984년 6월 야심작 ‘팔도비빔면’을 내놓았다. 팔도비빔면은 출시 당시만 해도 여름철 한정 제품이었지만 소비자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사계절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라는 광고음악과 함께 여름 라면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은 팔도비빔면의 성공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여름철 집에서 삶아 먹던 비빔국수를 재현한 팔도비빔면은 ‘라면은 끓는 물에 면발과 수프를 넣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당시 팔도 연구원들은 전국 유명 맛집의 비빔냉면과 비빔국수를 찾아다니며 팔도비빔면의 액상수프를 개발했다. 무게 30g에 불과한 액상수프가 팔도비빔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팔도 식품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출시를 앞둔 액상수프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팔도팔도 식품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출시를 앞둔 액상수프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팔도


팔도비빔면 액상수프의 비밀은 사과 농축과즙과 고추장에 있다. 하지만 32년 팔도비빔면 역사를 통틀어 같은 액상수프가 들어간 적은 한해도 없다. 매년 팔도 연구원들이 원재료의 비율과 배합을 새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추장 역시 매콤한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다른 산지를 찾아다니며 물량을 엄선해 공급받을 정도다.


액상수프의 포장에도 남다른 기술력이 담겨 있다. 분말수프 못지 않게 장기간 보존력을 갖추려면 진공포장과 더불어 밀봉기술이 필수적이다. 강 팀장은 “팔도비빔면 액상수프에는 수많은 기술력이 있지만 경쟁사에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 특허도 신청하지 않았을 정도”라며 “소비자들은 잘 못 느끼겠지만 팔도비빔면의 액상수프는 매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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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면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한 팔도비빔면은 올해 누적 판매량 10억개를 넘어섰다. 2013년에는 골뱅이와 팔도비빔면을 섞어 먹는 ‘골빔면 열풍’이 불면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인 47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2014년에는 매콤한 맛을 더욱 강조한 ‘팔도쫄비빔면’까지 출시했고 작년에는 ‘팔도비빔면 컵라면’ 2종(소컵·치즈컵)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팔도비빔면은 올해 상반기에만 290억원이 팔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팔도가 작년 4월 만우절 이벤트로 진행한 ‘팔도비빔면 1.5인분’을 실제로 제품화한 ‘팔도비빔면 1.2’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팔도비빔면 1개는 혼자 먹기에 너무 양이 적고 2개는 많다는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해 한정판으로 내놓자 기발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팔도짜장면’‘팔도짜장면’


‘팔도짜장면’ 액상수프‘팔도짜장면’ 액상수프


팔도비빔면을 통해 구축한 팔도의 액상수프 기술력은 프리미엄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7월 선보인 ‘팔도짜장면’이 대표적이다. 업계 최초로 액상수프에 건더기를 함께 넣은 제품이다. 라면수프로는 이례적으로 100g 대용량으로 만들어 라면 대신 밥에 비비면 짜장밥으로도 즐길 수 있다. 액상과 건더기를 함께 담는 데에는 4겹의 알루미늄이 쓰였다.

‘팔도불짬뽕’‘팔도불짬뽕’


‘팔도불짬뽕’ 액상수프‘팔도불짬뽕’ 액상수프


뒤이어 출시한 ‘팔도불짬뽕’ 역시 프리미엄 짬뽕라면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짬뽕국물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액상수프에 오징어, 목이버섯, 양배추, 홍피망 등으로 건더기수프를 구성했다. 면발에는 양파농축액을 넣어 기존 짬뽕라면과 차별화했다. 30년이 넘는 독보적인 액상수프 기술력이 라면 시장 후발주자인 팔도를 빛나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인 것이다.

임민욱 팔도 홍보팀 차장은 “팔도는 전체 라면 70여종 중 15종에 액상수프를 사용할 정도로 액상수프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젊은 라면’을 앞세워 고객의 요구를 가장 먼저 수용하고 이를 신제품에 재빠르게 반영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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