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 "유럽 심상찮다" MK, 귀국 직후 700여명 간부 소집해 위기 설파

[다시 위기 극복 외친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례적 과장급까지 불러 품질 강화 주문

R&D 확대·스마트카 등 경쟁력 확보도 강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체코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을 찾아 생산된 ‘투싼’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체코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을 찾아 생산된 ‘투싼’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러시아·유럽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500여명이 넘는 그룹 임직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위기 돌파’를 재차 강조했는데 매일 1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한 직후임에도 임직원들을 불러모은 것은 러시아·유럽 출장을 통해 파악한 시장 상황이 예상대로 좋지 않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조회에서 “이번에 러시아와 유럽 공장에 가서 보니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인 만큼 품질 강화에 더욱 힘써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특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간부 사원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회사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현대차그룹 임직원 조회에는 권문식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과장급 이상 간부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조회에 대해 “러시아·유럽 출장을 다녀온 소회를 밝히면서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룹 안팎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다르다. 정 회장이 해외 법인장 회의나 사장단 대상 월례회의를 주재한 적은 있지만 과장급까지 소집한 조회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출국해 러시아 상테페테르부르크의 현대차 공장과 슬로바키아 기아차 유럽공장, 체코 현대차 공장을 연이어 방문해 생산 현장과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정 회장이 그룹의 집중 휴가 기간에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현대·기아차의 전략 시장인 유럽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생산·판매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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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3개국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상황은 우리만의 어려움이 아닌 자동차 산업 모두의 어려움”이라면서 “전 세계 시장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유럽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에 총 385만대를 팔아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9% 줄었으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01%, 0.16% 증가했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신흥시장의 수요 부진 속에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지만 경쟁 브랜드에 비해서는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등 하반기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조회를 긴급 소집한 데 대해 러시아·유럽 출장에서 직접 파악한 현지 시장 상황과 분위기를 임직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고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정 회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조회에서 품질 및 연구개발(R&D) 강화를 거듭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카 등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기술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 시장 안착과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 등을 통한 브랜드 차별화 등 올 초 신년사에 밝힌 경영방침도 다시 언급하면서 올해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다음달 미국에 제네시스 G90·G80을 동시 출격시키고 유럽 시장에는 아이오닉·니로 등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신형 그랜저와 i30·모닝 등 신차도 속속 출시해 판매 확대에 나선다. 지난달까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442만대로 전년 대비 2.6%가량 줄었다. 올 판매목표는 813대로, 현 추세대로라면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은 5개월간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영업·마케팅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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