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여론의 화살이 한국전력공사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한전은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수년 간 한전 조환익 사장은 직접 나서 누진제 개편에 대해 언급했지만, 사실상 전기료와 요금체계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의 반대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홈페이지 전기요금제도에 관한 안내 글에서 “가전기기 보급 확대와 대형화에 따라 가구당 전력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사용량이 많은 고객은 전기 요금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저소득층 보호취지, 전력수급 상황, 국민여론, 최근의 전력소비 추이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누진제 완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수년 전부터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지난 3월 한 방송에 출연한 조 사장은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차이가 과도하게 큰 것은 사실”이라며 “누진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진제 완화가 이른바 ‘부자감세’나 사회적 형평성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당장 급하게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작년 9월 국정감사에서도 누진세를 완화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전력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일관되게 ‘개편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서민층의 전기료 부담 가중, 부유층 전기료 감세 논란, 에너지 절약 등의 이유를 들어 누진제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여론의 화살은 한전을 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에서는 “우리도 답답하다”고 항변한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조 사장도 완화하겠다는 말을 해왔지만 산업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산업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마치 한전이 많은 이익을 보면서도 전기요금을 내리지 않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