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모친 강태영 여사 별세

향년 90세

강태영 여사강태영 여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모친인 강태영(사진) 여사가 11일 오전 7시13분 별세했다. 향년 90세.

한화그룹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부인이자 김승연 회장의 어머니인 고인은 1927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수원여고를 졸업했다.


강 여사는 유교적 성품을 간직한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용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강단 있는 생활인이었다는 게 한화그룹의 설명이다.

김승연 회장에게 어머니 강태영 여사는 삶의 스승이자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1981년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레 타계하고 김승연 회장이 그룹 경영을 승계하자 젊은 CEO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는 우려 섞인 시각들도 있었으나 강태영 여사는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장남인 김승연 회장을 믿고 의지했다.

강 여사의 기도와 바램처럼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은 제2의 창업을 실현했고 국내 10대그룹, 포춘지 선정 글로벌 기업 277위로 성장했다. 김승연 회장에 대해 어린 나이에 회사 일을 맡긴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사업능력과 추진력은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강 여사는 김종희 창업주가 살아 계실 때 큰 목소리 한번 내는 일 없이 묵묵히 내조에만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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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했다. 김종희 창업주의 가회동 자택에는 외국 손님들도 자주 방문했는데, 당시 한국 전통의 가정에서 정성스런 식사를 대접받은 외빈들을 통해 미국 외교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였다. 특히 지난 1971년 미국 레어드 국방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 강태영 여사는 자택에서 정성껏 손님을 맞이했고 국방장관의 부인이던 바바라 여사는 전형적인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는 일화가 당시 신문지상에 소개되기도 했다.

후학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김종희 선대회장이 고향인 충남 천안에 북일고등학교를 세울 때에도 의견을 적극 펼쳤다. 온양온천을 다녀오는 길에 창업주와 강 여사는 미래인재양성의 대들보인 학교 설립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그 무렵 창업주는 학교 부지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었다. 이때 강 여사가 공장 부지로 사두었던 천안시 신부동 땅을 둘러보자고 제안했다. 1976년 3월 신부동 국사봉 밑에 천안북일고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강 여사는 남편과 사별한 이후 제대로 된 생일잔치를 벌인 적이 없다. 김승연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어머니가 희수(喜壽)를 맞을 때 온 가족이 뜻을 모아 잔치를 해드리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내 생일 잔치는 하지 않겠다.’는 모친의 뜻을 꺾지 못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강태영 여사는 김종희 한화그룹 선대 회장과의 사이에 김영혜 전 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 의장, 김승연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 2남 1녀를 두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3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선영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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