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힘들다는 대표 선발전을 이겨내고 올라온 선수들끼리의 경쟁이잖아요. 올림픽 2연패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기보배)
우리나라 양궁 대표로 선발되기가 올림픽 메달보다 더 어렵다는 말은 선수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메달을 따고 하나같이 ‘울보’가 되는 이유도 대표 선발전에서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국내의 양궁장은 매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더 추워진다. 태극마크를 향한 7개월간의 길고도 잔인한 경쟁이 시작되는 시기다.
첫 번째 관문은 재야 선발전이다. 전국대회 성적을 종합한 랭킹 상위권자들을 놓고 9월부터 두 차례 선발전을 거쳐 남녀 각각 8명을 뽑는다. 이 선수들은 전년도 국가대표 각 8명이 합류하는 3차 선발전 출전 자격을 얻는다. 11회전으로 진행되는 3차 선발전은 3월에 열린다. 경쟁률은 2대1. 16명에서 남녀 각 8명으로 추리고 4월에 다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러 남녀 각각 3명을 최종 선발한다. 이들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올림픽 출전 인원보다 1명 많은 4명씩을 선발해 국제대회에 출전시킨 뒤 성적에 따라 1명을 탈락시키기도 한다. 4년 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바로 장혜진이 이 케이스였다.
대표 선발 과정에서 선수들은 하루 400~600발의 활을 쏘고 평균 10시간의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전년도 국가대표의 3차 선발전 직행을 제외하고는 ‘전관예우’도 없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이듬해에는 사실상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 각 시도 협회장이 추천선수를 끼워 넣거나 하는 일도 일절 없다. 선발전이 철저히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탈락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뒷말도 나오지 않는다. 합격한 선후배를 축하해주고 칼을 갈아 이듬해 재도전하면 된다.
올해 열린 국내외 대회에서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지만 12일(한국시간) 리우 올림픽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한 최미선(광주여대)은 메달을 딴 장혜진과 기보배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동안 연습장을 찾아 내년 선발전을 준비했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