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라인 상장 대학' 네이버의 다음 수순은...

미국·일본 동시 상장으로 날개 단 라인<br>두둑한 실탄 안고 글로벌 시장 정조준

지난 7월 14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진행된 라인 상장 기념행사에서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 마쓰다 준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CSMO)가 첫 거래를 알리는 타종을 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앞줄 왼쪽 두 번째 오른쪽으로)지난 7월 14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진행된 라인 상장 기념행사에서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 마쓰다 준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CSMO)가 첫 거래를 알리는 타종을 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앞줄 왼쪽 두 번째 오른쪽으로)


네이버의 무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오랜 숙원이었던 미국·일본 증시 동시 상장에 성공했다. 이로써 네이버는 지난 2000년 일본 현지법인 ‘네이버재팬’을 통해 일본,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지 16년 만이자 라인 출시 5년 만에 글로벌 시장 한복판에 서게 됐다. 과연 네이버는 라인 상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


“매일 아침마다 두렵습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사이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를 재빨리 이용해본 사용자들이 (라인 서비스를) 버리고 이동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합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는 어렵고도 두려운 문제일 것입니다.”


지난 7월 15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에 모습을 드러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4년 제주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기자간담회는 지난 2001년 한게임 유료화 기자간담회 이후 무려 15년 만이었다.


‘은둔형 CEO’ 이해진 의장의 숙원사업

이른바 ‘은둔형 CEO’로 알려진 이해진 의장이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바로 라인의 미국·일본 증시 동시 상장이다. 라인의 상장은 이 의장과 네이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특히 이 의장은 라인 상장을 일컬어 ‘생존을 위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말한다. “저희 회사는 매년 태어나고 매년 살아남는 것을 반복해왔습니다. 혹자는 엄살이라고도 하지만 결코 엄살이 아닙니다. 저희의 경쟁 상대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기업입니다. 엄청난 자본과 기술로 시장을 잠식하는 글로벌 IT 공룡들과의 경쟁은 결코 쉽지 않죠. 저희는 정말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라인 상장을 위해) 정말 열심히, 그리고 절박하게 일했습니다. 밤새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해 뜨는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사실 지금도 꿈만 같습니다. 꿈에서 깨면 여전히 ‘뭘 해도 안 되는’ 답답한 상태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 의장에게 라인은 승부수였다. 라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 이 의장은 일본 시장에서 오로지 ‘라인’ 서비스로 한 우물을 팠다. 일본 검색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운영해온 ‘네이버재팬’을 과감히 없애버린 것도 라인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 의장의 결정에 대해 ‘무모하다’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재팬에 투자한 금액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록 일본 검색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서비스 자체를 없애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렇게 네이버재팬을 종료하고 ‘라인주식회사’를 설립, 라인 서비스에 공들여온 이 의장은 결국 일본 시장 진출 16년 만에 글로벌 증시 상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라인의 상장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자회사를 성장시켜 해외 증권시장 두 곳에 동시 상장시킨 사례로 매우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네이버가 만들어낼 제2, 제3의 라인에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라인의 상장에 맞춰 15년 만에 국내 언론사 대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라인의 상장에 맞춰 15년 만에 국내 언론사 대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올해 글로벌 IT 기업 IPO 시장의 최대어

“라인은 단순한 메신저 앱 회사가 아니다. 호텔 예약, 택시 호출, 광고 검색 같은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갖춘 플랫폼이다. 앞으로도 여러 연계 서비스 개발을 통해 매출 기반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라인의 상장은 다소 잠잠했던 올해 글로벌 IT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서 다시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주요 해외 언론에서는 라인의 상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해외 언론의 평가처럼 라인의 상장은 잠잠했던 글로벌 IT 기업 IPO 시장을 뒤흔들었다. 우선 이번 라인 상장의 개요를 살펴보자. 라인의 공모가는 미국에서 32.84달러, 일본에서는 3,300엔으로 책정됐다. 라인보다 앞서 지난 2011년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한 넥슨 일본법인의 최초 공모가가 주당 1,300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라인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가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장 이후에도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상장 첫날 라인은 일본 증시에서 공모가보다 31.6% 오른 4,345엔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공모가보다 26.6% 오른 41.58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를 계산하면 라인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의 시가총액 13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라인 측은 이번 상장을 앞두고 꽤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년간 준비해온 상장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터져 나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진은 남아 있었다. 실제로 라인은 지난 6월 27일 공모가 범위를 확정·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여파로 인해 이를 하루 연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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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 몸을 사리는 올해 글로벌 투자시장의 위축 역시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타이밍에 상장을 결정한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신용평가사 래피드 레이팅(Rapid Rating)의 제임스 겔러트 CEO의 발언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면 라인으로서는 부담이 컸을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분명히 상당한 환영을 받으며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상반기 IPO를 통해 증시 무대에 데뷔한 IT 스타트업은 18곳에 이르며 이들이 조달한 금액은 45억 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올해 같은 기간 동안 IPO에 나선 기업은 불과 7곳에 그쳤다. 이들이 조달한 금액 역시 8억9,4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라인의 IPO가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라인은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조 5,000억 원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성장 드라이브에 나설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의장은 말한다. “사실 이번 상장으로 네이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겼습니다(웃음). 좀 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죠.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한순간에 사용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개발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꿈의 시장인 북미와 유럽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실탄이 확보됐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향후 다양한 사업계획을 수립해 꿈의 시장으로 진격하겠습니다.”


M&A·신사업 진출에 관심 쏠려

라인의 상장이 라인, 더 나아가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 시선은 상장으로 조달한 넉넉한 실탄이 어디로 향할지에 모아진다. 당면과제는 역시 라인이 진출해 있는 주요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다. 라인의 월간활동사용자(MAU)는 올해 1분기 기준 2억1,840만 명을 기록했다. 한동안 매 분기 1,000만 명 이상 급증했지만 지난해 1분기 2억 명을 돌파한 후에는 매 분기 100만~300만 명 수준의 증가세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4대 전략 시장을 중심으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가는 데 우선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가입자 비율이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해당 시장의 특성에 비춰보면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라인 관계자에 따르면 라인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를 통한 잠재적 라인 사용자 확보를 위해 오는 하반기 중 일본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해진 의장이 직접 언급했던 북미 및 유럽 시장 도전의 경우,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는 이미 모바일 메신저 시장 구도가 굳어진 상황이다. 페이스북이 보유한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지난 1분기 기준 각각 10억 명, 9억 명 수준이다. 라인보다 한발 앞서 도전장을 던진 텐센트 위챗 역시 방대한 중국 가입자 풀을 기반으로 전 세계 가입자 7억 명 이상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라인이 북미·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전도유망한 현지 기업을 직접 인수합병(M&A)할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이해진 의장 역시 이러한 의견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의장, 네이버, 라인 측은 한목소리로 ‘당장의 인수합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장은 말한다. “기술력 있는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면 M&A를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 마음껏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중 하나가 M&A라면 당연히 시도할 것입니다. 다만 당장 M&A 타깃을 정해놓지는 않았습니다. 기술 투자라는 큰 틀 안에서 차근차근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라인의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무성한 설 가운데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분야는 스마트 자동차 시장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자동차와 무선통신망을 연결해 차 내부에서 각종 IT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라인이 모바일 기반 플랫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라인 서비스와 연계된 커넥티드카의 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라인 플랫폼을 일컬어 ‘지진이 낳은 복덩어리’ 라고 말한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여진으로 귀가가 힘들었던 일본 현지법인 개발자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서비스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지진 속에서 탄생한 라인은 이제 전 세계 IT·모바일 시장 구도에 지진을 일으킨 대박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과연 라인 상장은 이해진 의장, 그리고 라인의 바람처럼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이번 상장이 이해진 의장, 그리고 네이버가 꿈꾸는 큰 그림을 향한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향후 라인의 상장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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