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금리 떨어지는데 통화가치는 올라...상식 안통하는 금융시장

뉴질랜드·호주·일본 등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국채 투자자들 이탈 막아"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통화가치가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화완화정책이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상식이 번번이 뒤집히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사상 최저치인 2%까지 끌어내린 직후 뉴질랜드달러화 가치는 단숨에 미 달러 대비 1% 이상 치솟으며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일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호주의 경우 11일 현재 미 달러화 대비 호주달러 가치가 통화정책회의 전에 비해 2% 가까이 오른 상태다. 일본 엔화 가치는 올 2월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16%에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러시아·헝가리·대만 등에서도 이 같은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존 이론에 역행하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들 국가의 금리 수준을 꼽는다. 마이너스 금리 확산으로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에게는 금리 인하에도 여전히 플러스권에 머무는 이들 국채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뉴질랜드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1%, 인도네시아와 헝가리는 각각 3.2%, 2.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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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친 와중에도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BNP파리바의 윌리엄 데 빌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상당수 국가의 금리가 ‘제로’ 안팎의 초저금리에 머물 경우 중앙은행이 통화가치를 관리하기는 어려워진다며 “옛 교과서 모델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유효성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삭소은행의 키 반 피터슨 전략가는 연준이 당초 기대됐던 금리 인상을 계속 미루면서 미 달러화 강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 다른 통화의 절하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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