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김무성의 격정토로- 민생투어 단독 동승기] "친박 지도부가 친박 대선후보 옹립땐 당 깨져"

반기문 총장 등 후보로 밀면 비박계 탈당 가능성 시사

全大결과 본 민심 '친박 정신 못차렸구나' 평가할수도

李대표와 오랜 인연..."대장님 잘하겠다" 전화 걸어와

최고위 공개발언 제한은 원칙...옳은 것이고 잘한 것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전북 고창군 공음면 동학농민혁명 발상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전북 고창군 공음면 동학농민혁명 발상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33도에 이르는 더위에 밀짚모자를 쓰고 그늘이 많지 않은 전남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 곳곳을 돌아보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그는 신자들과 나물 위주로 차려진 점심식사를 한 뒤 차량 이동을 할 때가 되자 기자를 향해 “내 옆에 타라”며 손짓을 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여러 번 취재했지만 차에 함께 동승하기는 처음이었다. 차 내부는 메모하기 위해 쌓아놓은 사인펜과 민생투어의 나침반이 돼줄 지도책 정도만 있어 조촐하고 깔끔했다.


차에 오른 김무성 전 대표는 한동안 영광 백수해안도로의 경치에 대한 감탄사만 쏟아냈다. 잠시 차를 멈춰 세우고 갯벌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 바다가 삶의 터전이지”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영산성지를 찾게 된 계기를 묻자 김 전 대표는 모친이 독실한 원불교 신자였다며 종법사가 자신에게 ‘태산’이라는 법명도 지어줬다고 담담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당내 현안들로 이야기가 옮아가자 그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친박 당 지도부가 친박 대선후보 옹립하면 당 깨진다”=여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계 일색이 된 당 지도부가 친박 대선 후보를 옹립하면 “당이 완전히 깨지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인 사고로 볼 때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데 만약 그런 시도가 있으면 분열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친박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친박계 후보를 옹립하면 비박계의 탈당 가능성 등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들린다.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 지도부가 당을 장악한 이번 8·9 전당대회와 지난 4·13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별개라고 봤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 표심과 친박이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그러나 사람들이 이것을 다 같이 보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서 ‘(친박이)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하는 생각들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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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화 걸어와 “대장님 잘하겠습니다”=막역한 사이인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3당 합당을 할 때 이정현 대표가 민정계에 있었다”며 “요만할 때부터 국장이었던 나와 잘 아는 사이”라고 이 대표와의 오랜 인연을 공개했다. 그는 “친박이 시작할 때 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같이 이정현을 끌어들였다”면서 “그때 이정현 대표가 대변인실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당시 모든 게 열악한 상황에서 모든 부분에서 강자였던 MB(이명박 전 대통령)하고 붙을 때 우리가 얼마나 서러움을 많이 당했겠느냐”고 토로하며 “그때 동병상련을 같이 느끼고 깊은 정이 쌓인 사이”라고 이 대표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내가 결정적인 고비마다 문제를 해결한 걸 이 대표가 제일 많이 봤다”며 “이정현 대표가 박 대통령과 나 사이에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던 차에 전화를 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10일 김무성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장님 제가 잘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알다시피 나는 비주류를 지지했고 주호영 의원을 지지했다”면서 “그러나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 대표가 잘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당을 정말 혁신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도 했다.

◇“최고위 공개발언 제한은 잘한 것”=김 전 대표는 이정현 신임 대표가 최고위 공개발언을 제한한 것에 대해서는 “원칙”이라며 “옳은 것이고 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는 과거 대표 시절을 회상하며 “내가 당 대표를 할 때 비공개 가서 무슨 말을 해도 좋으니 공개 발언에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사무총장만 당의 입장을 이야기하도록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그런데 아무리 부탁해도 다음날 또 봉숭아학당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기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당 대표에게 모욕을 줬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김무성 전 대표는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예의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뙤약볕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정읍=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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