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발표하는 제71회 광복절 경축사에는 개각의 ‘힌트’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크게는 5~6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요청한 ‘호남중용 탕평인사’가 일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박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창조경제·문화융성·노동개혁 등 이번 정권의 핵심 과제를 임기 내에 완수하겠다는 뜻을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과제는 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지만 훗날 박 대통령의 업적으로 기억될 만한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창조경제·문화융성·노동개혁의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의 장관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치권은 점치고 있다.
미래부는 2차관 출신인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록 원장은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은 이미 수명을 다했고 미국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형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아이디어와 일치한다. 윤종록 원장이 광주 출신인 것도 탕평인사에 부합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최재유 2차관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새 문체부 장관으로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윤선 전 수석의 입각은 여당에 이어 내각에도 친박의 세를 더한다는 의미가 있다. 조 전 수석은 서울 사람이지만 남편은 전북 출신인 ‘호남의 며느리’여서 지역 안배의 측면도 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교체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갑자기 유임설이 나오고 있다. 한번 더 기회를 준다는 성격과 함께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문제를 우선 수습하라는 뜻으로 유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권 장관의 고향(전남 함평)도 유임 쪽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은 임기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광복절 메시지에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민생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장관 교체가 거의 확실시된다. 특히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정권 출범 때 임명된 ‘원년멤버’여서 시기적으로도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 폭스바겐 사건 대응 과정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동필 장관 후임으로는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의 이름이 돌고 있고 환경부는 내부 승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광복절 메시지에서 박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비롯한 외교·안보·통일·국방 분야에 있어서도 분명하고 강력한 대내외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분야의 장관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반발이 이어지고 북한의 도발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등 외교·안보 상황이 더욱 급박해졌기 때문이다.
이들 부처 장관 중 ‘원년멤버’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교체가 자연스럽지만 박 대통령이 오는 9월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하반기에 줄줄이 이어질 주요 외교 일정을 감안해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만일 외교부 장관이 바뀔 경우에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등 박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가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