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 북핵보다 장관 해명이 우선인 농식품부

경제정책부 이철균 기자



에어컨 한 대도 맘 놓고 틀지 못하게 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정부의 해묵은 과제다. 지난 2004년 이후 여러 차례 누진제 개편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중단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두루뭉술한 이유를 댔다. 정부가 3~4개의 시나리오를 만들 정도로 개편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던 2013년도 마찬가지다. 누진제 개편안이 마련됐던 2013년 2월 야당은 “매달 200㎾h 이하를 쓰는 가구의 전기료가 월평균 6,000원 오르는 반면 500㎾h 이상 쓰는 가구는 7만원 이상 내려간다. 부자 감세용 전기료 개편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보호막이 돼야 할 여당마저 슬며시 발을 빼면서 누진제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4일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개편하라고 압박하는 게 참 낯선 풍광”이라면서 “누진제를 개편하면 10년 묵은 과제가 해결돼 홀가분할 수도 있다. 다만 개편 과정에서 역풍이 불고 그것이 오롯이 정부만을 향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폐지를 포함해 어떤 식의 누진제를 개편해도 전기사용이 많은 중산층 이상에 더 많은 요금경감 혜택이 돌아가는데 이를 ‘부자감세’로 공격할 가능성이 짙다는 얘기다.

실제 2013년 정부가 마련한 △누진제폐지·단일요금 △누진3단계·요금3배 △누진4단계·요금8배 등을 보면 전기를 250㎾h 이하를 쓰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많게는 6,549원(누진제 폐지 시나리오·150㎾h사용)까지 증가한다. 전기사용이 적은 가구일수록 더 부담이 커진다. 반면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5·6단계의 가구들은 전기요금이 크게 줄어든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601㎾h를 사용하는 가구는 요금이 21만2,247원→8만5,127원으로 무려 12만7,120원이나 감소한다. 이들 가구가 현재의 누진 단계에서 원가보다 5배 이상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h당 709원50전에 사용하기 때문에 개편에 따른 감소의 폭도 크다.


폭염이 지나가면 여론의 흐름도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 원가보다 싼 전기를 사용하는 3단계 이하의 가구는 연간으로 보면 70.4%에 이른다. 10가구 중 7가구가 연중 원가보다 싼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3단계 이하 비중은 초여름인 7월과 늦여름인 9월에도 각각 75.2%, 70.8%나 된다. 다만 8월 한 달만 3단계 이하의 비중이 56.4%로 감소할 뿐이다. 여기에다 소득이 많을수록 전기사용량도 많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4년도 에너지 총조사 보고서를 보면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 가구의 연간 전기소비량은 2,918㎾h인 반면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가구는 4,857㎾h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만 “100㎾h 이하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의 94%가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1인 가구라는 분석이 있는 만큼 좀 더 정밀한 분석을 통해 전기사용실태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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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탓에 누진제 개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11일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난 12년간 여러 차례 개선하려고 했지만 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역시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절약과 계층 간 형평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가서 (누진제를) 개편해야 하는 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어찌 됐든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3년 만에 다시 누진제 개편을 시도한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2013년 방안 가운데 누진3단계·요금3배 축소를 가장 유력한 것으로 꼽고 있다. 대신 요금부담이 늘어나는 저소득층에는 에너지바우처 등을 지급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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