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장 매력적인 직장] 한국 대학생, ‘고용 안정성·유연한 업무조건’ 최우선 고려

공학 계열-삼성·현대차·LG, 상경 계열-구글·CJ·삼성 순

요즘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은 어떤 직장에 입사하기를 원할까. 청년실업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시대에 ‘입맛’에 맞는 직장을 고른다는 게 어찌 보면 사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장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니버섬은 한국 대학생들의 커리어 목표와 직장 선택 시 선호 요소 등을 토대로 2016년 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직장(Most Attractive Employers)’을 조사했다. 포춘코리아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경 계열 및 공학 계열 학생들이 각각 선호하는 상위 50위 기업·기관을 발표한다. 상경·공학 계열이 기업들의 채용 수요가 가장 많은 양대 전공 분야라는 점을 감안했다.

유니버섬의 대학생 조사는 응답자가 미래의 직장으로 가장 선호하는 기업들을 선택한 후 ‘매력도 요인’과 해당 기업의 연관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력도 요인이란 어떤 기업이 고용주로서 가진 매력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매력도 요인은 고용주 평판 및 이미지, 사람과 문화, 보수 및 발전 기회, 직무 특성 등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아울러 매력도 요인은 총 40개의 ‘고용주 속성’ 항목을 통해 구체적으로 측정된다. 가령 ‘사람과 문화’라는 매력도 요인을 측정하기 위해 ‘구성원에 대한 존중’, ‘호의적인 근무 환경’과 같은 고용주 속성이 제시되는 식이다.


유니버섬은 현재 세계 57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직장’ 을 조사·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서베이인 만큼 단일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통해 조사를 수행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들은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유니버섬은 여러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집단을 하나의 ‘고용주 브랜드(Employer Brand)’로 규정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기업 계열사들을 개별적으로 다루지 않고 대기업집단 전체를 단일 브랜드로 파악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삼성’이라는 단일한 고용주로서 조사·평가를 했다는 뜻이다. 사실 오너의 영향력이 지대한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은 조직문화나 근무여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인 셈이다.


▶ ‘고용주 브랜드’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평가
올해 유니버섬이 한국에서 처음 조사한 ‘가장 매력적인 직장’ 상위권에는 통념에 맞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그룹은 공학 계열 학생이 선호하는 직장 1위에 올라 한국 1위 기업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특히 삼성그룹은 ‘성과에 대한 인정’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해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 문화가 대학생들에게도 확실하게 각인돼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은 공학 계열 학생이 선호하는 직장 2위에 올라 재계 2위의 저력을 과시했다. 주목할 것은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응답자들의 응답률(선호도)이 각각 31.72%와 30.84%로 1%도 안 되는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향후 조사에서 두 그룹의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학 계열 학생이 선호하는 직장 순위에서 삼성과 현대차 다음으로는 LG그룹, 한국전력공사, SK그룹, 구글코리아,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화그룹, 네이버가 뒤를 이으며 톱10을 형성했다. 2개의 대형 공기업이 포함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구글코리아는 외국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공학 계열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 톱10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상경 계열 학생들의 입사 희망 직장 순위에서는 당당히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응답자들의 응답률이 22.12%로 2위인 CJ그룹(16.57%)을 상당한 격차로 따돌렸다.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분야 등에서 혁신을 주도하면서 요즘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직장으로 꼽힌다. 실제 올해 유니버섬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본토인 미국에서 상경 계열 1위, 공학 계열 2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쟁쟁한 현지 기업들을 제치고 공학 계열 1위, 상경 계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공학 계열 4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세계 각국의 젊은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상경 계열 학생들이 선호하는 ‘가장 매력적인 직장’ 순위에서는 구글코리아, CJ그룹에 이어 삼성그룹,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은행, 카카오, 네이버, 한국관광공사, 골드만삭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톱10 반열에 올랐다. 큰 틀에서 정부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3개나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또 인터넷·모바일 시대를 주도하는 카카오와 네이버, 이른바 ‘K-뷰티’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젊은 세대가 친숙한 기업들이 최상위권을 이루고 있는 점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 구글 등 외국계 기업 선호도 높게 나타나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상경 계열 선호 직장 톱50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JP모건, HSBC, 도이치뱅크도 눈에 띈다. 국내 상경 계열 학생들 중에 글로벌 금융·투자시장의 주역을 꿈꾸는 인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유니버섬 조사를 보면 한국 대학생들의 외국계 기업 선호도가 꽤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은 상경 계열 톱50에 14곳, 공학 계열 톱50에 17곳이 포함됐다. 단연 두각을 드러낸 구글 외에도 페이스북, 애플, 월트디즈니, GE, 나이키, BMW, 메르세데스-벤츠, 이케아, P&G, 맥킨지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법인이 상당수 이름을 올렸다.

현재 취업을 앞둔 한국 대학생들은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다. 어려서부터 해외 여행 경험을 한 경우가 많고 외국어 능력도 갖춘 데다 인터넷과 디지털에 익숙하다. 무엇보다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다. 그러다 보니 취업 희망 직장을 선택하는 데도 이전 세대보다는 훨씬 개방성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유니버섬 조사에 따르면 상경 계열 응답자들의 커리어 목표 중에서 ‘국제적인 커리어를 가지는 것’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지는 것’(1위),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2위)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공학 계열 응답자들의 커리어 목표에서도 ‘국제적인 커리어를 가지는 것’은 5위로 비교적 높은 순위에 올랐다. 특히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국제적 커리어를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유니버섬 측은 여학생 응답자들의 커리어 유형 중에 ‘탐험가’ 유형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점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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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커리어 목표 중 ‘창의적·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을 가지는 것’이란 항목에서는 남학생들의 비율이 여학생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차(性差)가 뚜렷이 발견된 또 하나의 대목이다. 이 항목은 전체 커리어 목표 순위에서는 6위로 나타났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는 선호하는 직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례로 상경 계열 학생들이 뽑은 가장 매력적인 직장에서 남학생 선호도 톱10(구글코리아, 한국은행, 삼성그룹, 골드만삭스, 카카오, 네이버, CJ그룹, 인천국제공항공사, 맥킨지앤컴퍼니, 삼일PwC)과 여학생 선호도 톱10(구글코리아, 인천국제공항공사, CJ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삼성그룹, 한국은행, 한국관광공사, 카카오, 네이버, 월트디즈니코리아)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유니버섬은 조사 대상을 단지 기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실제 올해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상경 계열 학생들이 꼽은 가장 매력적인 직장 톱50에 한국은행, 외교부, 법무부가 이름을 올린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 유니버섬이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공학 계열 학생들이 1위로 꼽은 직장이 정부기관인 미항공우주국(나사·NASA)으로 나타난 바 있다.

유니버섬 관계자는 “다양한 진로를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정부 부처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며 “올해 싱가포르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교육부가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 3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 다른 아시아 국가 비해 ‘급여’에 유독 민감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선호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높은 고용 안정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 올해 유니버섬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대학생들은 40개의 고용주 속성 중에서 ‘고용 안정성’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조선·해운산업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파고에 노출돼 있는 데다,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이슈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현실이 대학생들의 직장 선택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고용주 속성 순위를 보면 ‘고용 안정성’에 이어 ‘유연한 업무 조건’, ‘호의적인 업무 환경’ 이 뒤를 이으며 톱3를 차지하고 있다. 유니버섬 측에 따르면 ‘유연한 업무 조건’과 ‘호의적인 업무 환경’은 전 세계 청년층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고용주 속성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대학생들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도 있다. 특히 경제적 보상이 대표적이다.

유니버섬 관계자는 “한국 학생들이 꼽는 매력적인 고용주 속성 톱10 안에 보수와 관련된 항목이 총 4개 포함돼 있는데, 아시아 지역 트렌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수를 더 중요시한다는 결과”라며 “또 한국은 ‘높은 기본 급여’를 제공하는 기업을 ‘높은 미래 소득’이 예상되는 기업보다 선호하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유니버섬 조사에서는 매우 특기할 만한 사실도 한 가지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의 평판이나 이미지는 해당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결정하는 중대 변수로 꼽힌다. 그런데 유니버섬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가 대학생들의 직장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실제 매력적인 고용주 속성 톱10 안에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에 관련된 항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유니버섬 측에 따르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유니버섬은…

유니버섬은 ‘고용주 브랜딩(Employer Branding)’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다. ‘고용주와 인재 간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1988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출범했다. 현재 뉴욕, 파리, 스톡홀름,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지역 오피스를 두고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유니버섬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고용주 브랜딩 파트너로서 인재 유치·채용·유지 전략을 포함한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춘 100대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000여개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 중이다. 특히 전 세계 수천여 개의 명문 대학 및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57개국 130만명 이상의 학생 및 직장인 대상 인재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유니버섬의 인재 조사는 글로벌 레벨의 비교 분석 자료와 국가별 현지 트렌드를 제공하는 게 강점이다.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상경 계열, 공학 계열, 자연 계열, 정보기술(IT) 계열, 인문사회 계열, 법학 계열, 의·약학 계열 등 총 7개 전공 계열 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 대학(원)생 1만3,145명의 응답을 통해 확보한 4만4,109개의 개별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조사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온라인 및 모바일 설문을 통해 진행됐다. 유니버섬 조사에서 응답자는 커리어 목표, 고용주 속성, 매력도 요인을 측정하는 문항과 기업 선호도 및 이미지에 대한 문항에 응답하게 된다. 기업 선호도 측정 시 제시되는 기업 명단은 유니버섬이 세계 57개 국가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기준을 활용한 독립적인 자체 평가를 통해 선정한다. 기업 명단 작성에는 매출과 자산 규모, 대졸자 채용 여부와 규모, 고용주로서 브랜딩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이 조사의 최종 결과물인 ‘가장 매력적인 직장’ 순위는 인재 채용 시장에서 기업의 고용주로서의 매력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주: 상위 10개 대학교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하는 ‘QS 세계 대학 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에 포함된 카이스트, 서울대, 포항공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이화여대, 서강대.*주: 상위 10개 대학교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하는 ‘QS 세계 대학 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에 포함된 카이스트, 서울대, 포항공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이화여대, 서강대.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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