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게임을 즐겨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30> 승부와 공존

더불어 살아가야 행복한 인생

지나치게 승리 집착해선 안돼

좋아하는 일 끝없이 연습하며

역량 향상에 만족할 줄 알아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모든 게임에는 승패가 있다. 사실 승패가 있어야 재미있다. 게다가 상금까지 걸리면 스릴 있다. 이 짜릿함을 즐기려고 사람들은 내기 골프를 치는 것 아닐까. 이긴 사람은 신나고 진 사람은 풀이 죽는다. 승부의 세계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게임의 목적이 과연 승패를 가르기 위한 것일까. 우리는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을 보기 위해 게임을 보는 것일까. 게임을 하다 보면 승패는 갈리게 마련이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승패는 결과일 뿐이다. 그러면 게임은 왜 하는 것일까. 게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첫째, 게임을 연습하라. 게임에서 이긴 것은 내가 강해서가 아니다. 상대방이 잘 못해 내가 이긴 것이다. 게임에서 내가 진 것은 상대방이 강해서가 아니다. 내가 잘 못해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결국 실수하는 쪽이 지는 것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승패의 결정적 원인은 자신의 연습량에 달렸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전 같은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뮬레이션이다. 95세 노인이 어김없이 아침에 첼로를 꺼내 들고 연습을 시작한다. 손자가 묻는다. “할아버지 그 나이에 왜 아직도 연습을 하세요?” “얘야 나는 오늘도 내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단다.” 첼로 명장, 파블로 카살스의 말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따라서 졌다고 기죽을 필요 없고 이겼다고 우쭐해서는 안 된다. 나만 잘하면 적어도 쉽게 지지는 않는다. 불리한 스코어에서 당황하지 말라. 사실 상대방도 떨고 있는 중이다.

둘째,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라. 학생들은 나에게 종종 묻는다. “교수님,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해야 하나요?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나요?” 정답은 뻔하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라. 그것을 계속하다 보면 저절로 잘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필살기다. 내가 현재 좋아하는 것을 어느 레벨까지 잘할 수 있는가. 바로 거기서 당신의 몸값이 결정된다. 자신의 여러 재능 중 현재 좋아하고 잘하고 있는 것을 대충 하려는 경향이 우리에게는 있다. “도망가는 적을 끝까지 추격하라!” 전쟁철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기억하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나가는 ‘오타쿠’ 정신이 필요하다.


셋째, 게임을 즐겨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라켓을 던지고 코트에 주저앉아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가끔 있다. 승부에만 집착하고 게임을 진정으로 즐기지 못해 그런 것이다. 게임은 이기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즐기면서 게임을 하라. 이유는 간단하다. 즐기면서 하면 이번에 지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요즘 말로 ‘회복탄력성’이 생긴다. 승부에만 집착하면 지고 나서 다시 일어서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 좌절해버리고 슬럼프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즐기게 되면 지고 나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 연습을 열심히 하면 된다. 하다 하다 정 안 되면 코치 하면 된다. “If you can’t do it, teach it.” 게임에는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선수 때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코치로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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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게임은 즐기는 것이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도 남는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의 역량이 향상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게임은 상대를 박살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공존을 즐겨라. 공존이 불가능할 때만 전쟁을 준비하라는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말을 기억하라. 인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즐기면서 인생을 살아라. 그런 사람에게는 늘 웃음과 행복이 따른다.

자, 당신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가.

아니 당신은 그 게임을 즐기고 있는가.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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