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M&A 이후 영업실적 고공비행...기업 새 성공방정식으로 뜬다

롯데렌탈 순익 246% 급증

한화 등도 두자릿수 성장

단순 문어발 확장 벗어나

선제적 체질개선 자리매김

1715A01 M&A 이후 승승장구 하는 주요 기업1715A01 M&A 이후 승승장구 하는 주요 기업




지난해 KT를 떠나 롯데 품에 안긴 렌터카 업체 롯데렌탈. 이 회사가 16일 내놓은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전년동기보다 76.3%나 늘어난 5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당기순이익은 246%(204억원) 급증했고 매출 역시 22%나 껑충 뛰었다.


롯데렌탈의 성공 뒤에는 롯데그룹의 과감한 승부수가 있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롯데렌탈 인수에 1조원이 넘는 거액을 베팅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화끈한 투자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통그룹의 강점과 렌털 사업의 시너지를 절묘하게 배합한 것이 단시일 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재계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좋은 실적을 낸 기업들을 분석해보면 배경에는 어김없이 M&A를 통한 선제적 체질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기업 전략통들의 설명이다. 기업 주력사업과 비슷한 성격의 사업을 과감하게 인수한 뒤 기존 사업과 융합해 실적을 단시일 내 끌어올리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는 문어발식 확장을 위한 단순덧셈형 1차 방정식 M&A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업재편 및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차방정식 M&A가 늘고 있다”며 “주요 대기업들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M&A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동대를 꾸려 3~4건의 매물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A가 기업 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인지될 정도로 생존과 직결되는 주요 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M&A의 중요성은 기업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경제신문이 올 2·4분기 전년 대비 10% 내외의 영업이익 성장을 이룬 대기업 계열사들을 분석한 결과 이 중 상당수 기업이 최근 M&A로 체질변화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재편을 위해 단행된 M&A는 올 들어 빠르게 열매를 맺고 있다. 삼성그룹과 빅딜을 단행한 한화와 롯데는 M&A로 ‘대박’ 수준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한화 품에 안긴 방산 이적생의 맏형 격인 한화테크윈은 올 2·4분기 445억원의 영업익을 올리며 전년동기 791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삼성의 화학계열3사를 인수한 롯데케미칼 역시 올 2·4분기 6,939억원의 영업익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 대비 영업익 증가율은 8.5%를 기록했다.


그룹 오너의 뚝심과 경험이 성공적 M&A의 자양분이 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해 말 한화테크윈 인수 이후 6개월 만에 조직을 재편해 이 회사를 민수 부문과 방산 부문으로 분리한 뒤 독립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경영 효율화와 더불어 신상필벌의 메시지를 던져 한화테크윈이 한화 식구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 한 수가 됐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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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강한 애착을 가진 기업으로 검찰의 롯데 수사가 시작된 후 미국 기업 인수작업 등이 불발돼 향후 성장전략 마련 과정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2·4분기 8조원이 넘는 깜짝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18% 넘는 영업익 성장률을 나타낸 삼성전자도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삼성 스마트폰의 반등을 이끈 핵심 서비스 ‘삼성페이’를 도입하기 위해 삼성은 2015년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2억5,000만달러에 통째로 사들였다. 기술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쟁사를 매입한 신개념 M&A였다. 삼성의 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이 잇달아 ‘대박’을 치면서 전자업계에서는 이미 본전을 찾고도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은 LG화학이 M&A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LG화학은 2·4분기 6,125억원의 영업익으로 전년 대비 8.7%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18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사실 LG는 재계에서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M&A에 보수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과거 ‘빅딜’ 과정에서 뼈아픈 상처를 입은데다 주요 M&A 추진과정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해서다. 하지만 최근 LG화학을 중심으로 머뭇거리던 M&A 관련 행보가 거침없어지고 있다. 2014년 미국 수처리 업체 나노H2O 인수에 이어 지난해에는 팜한농을 4,245억원에 사들였다. 회사 미래 성장동력인 그린바이오 부문에서 또 다른 M&A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한국타이어 식구가 된 한온시스템은 올 2·4분기 95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대비 11.6%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타이어 3세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는 평소 “자동차와 연관된 기업이면 과감하게 M&A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통해 전장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M&A가 앞으로 좀 더 공격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이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부품 사업 부문 인수를 추진하는 등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 등 경쟁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2,793억달러에 이르는 M&A를 단행했지만 한국은 4분의1 수준인 743억달러를 집행하는 데 그쳤다. 또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은 지금도 M&A 대신 자체 기술로 ‘수직 계열화’를 추진하는데 더욱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만약 삼성전자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부품 사업을 인수한다면 3~5년이 걸리는 시장 진입기간을 없애면서 차량용부품 시장에 쉽게 안착할 수 있다”며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은 신사업 성공을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아직 기업과 기업의 원활한 M&A를 도와주는 회계법인 등 중개업체의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대기업 외에 중견·중소기업들은 믿을 만한 정보를 확보할 통로가 없어 M&A에 쉽사리 나서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일범·이종혁·박재원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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