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소난골 인도 지연 속 완전 자본잠식...정상화 길 먼 대우조선

[핫이슈] 대우조선 또 1조2,000억 손실

수주 대금 당겨 받아 9월 만기 도래 회사채 막았지만

채권단 1조대 조기지원 없으면 유동성 위기 맞을수도



대우조선해양이 좀처럼 대규모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규모 신규 수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수주분의 인도 지연, 회사채 만기 물량 도래 등 다중 위기가 동시에 몰려오는 양상이다.

회사 측은 수주분 가운데 일부 대금을 당겨 받아 일각에서 거론되는 ‘9월 위기설’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지만 숨겨진 부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정상화 궤도에 제대로 들어서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16일 나온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을 보면 1조2,000억원대의 조(兆) 단위의 손실을 기록한 것에는 일차적으로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회계 감사 영향이 크다. 외부 감사인으로 새롭게 지정된 삼일회계법인이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비리 이슈 등을 의식해 최대한 보수적인 스탠스로 회계 감사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회계법인 측은 이연법인세자산에 대한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연법인세자산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인세 차감 효과를 자산에 미리 반영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4분기 기준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이연법인세자산을 자산으로 분류해왔다.

지난해 3조원 규모에 이르는 손실을 내면서 미리 낸 법인세 환급분을 받도록 돼 있는데 회계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 측은 회사가 분류한 이연법인세자산 가운데 8,500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특별 이익으로 잡더라도 나중에 실질적으로 돈이 들어올 때 잡으라는 뜻이다.

영업 부문에서는 인도 지체보상금이 발목을 잡았다. 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이 발주처와 인도 지연에 대해 쌍방 합의를 본 프로젝트에대해서도 지체보상금이 발생할 것이라며 1,000억원 이상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손실이 반영된 프로젝트들은 현재 주문주와 연말 인도를 합의하는 등 정상적으로 건조가 진행 중”이라면서 “일부 해양프로젝트에서는 선주와 합의된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번 분기 손실 발생 요인은 회계법인의 보수적 감사 영향이 큰 만큼 3·4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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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이 같은 설명에도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1·4분기 실적 발표 직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해당 분기에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오히려 2·4분기에는 보수적인 회계 이슈 등을 감안하더라도 영업손실 폭은 더욱 확대됐다.

영업 부문에서의 손실 규모가 4,0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지난해 대부분의 악재를 털어낸 만큼 올해 턴어라운드를 기대했지만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자 시장에서는 다시 위기설이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 정상화 작업이 보다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알짜 사업부인 특수선 사업(방산 부문)을 분할해 상장하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수선 사업은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자구안을 제출한 지 3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상장 계획은 물론 분사 방안도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보다 ‘복병’으로 떠오른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로부터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2기를 1조3,000억원에 수주해 6월과 7월 각각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소난골의 자금 사정으로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선주사 4곳에서 6억달러의 선박 건조 대금을 조기 수령해 일단 9월 만기인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상환할 수 있게 돼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1조원 규모가 묶인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가 끝내 불발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소난골 인도 지연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면서 위기감을 드러낸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현직 경영진이 회계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채권단에서 대우조선에 대해 아직 미집행한 남은 1조원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이 더 까다로워진 점은 회사의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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