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캐리 트레이드의 귀환... 신흥국 통화ㆍ주가ㆍ채권 트리플 강세

신흥국 통화, 주가 각각 12개월 13개월래 최고치

연준 금리 인상 지연, 약달러, 신흥국 자산 저평가

글로벌 투자가들 신흥국행 가속화 전망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2013년 이후 3년 만에 귀환하면서 신흥국 채권ㆍ주가ㆍ통화가 트리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유동성 풀기에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자 갈데 없는 투자가들이 경기회복 신호를 보이는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 전망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약화된 것도 캐리 트레이드에 우호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캐리트레이드란 낮은 금리의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를 뜻한다.

◇신흥국 자산가격 1년만 최고치= JP모건의 신흥시장 통화 지수는 올 1월 저점 이후 10.5%나 오르며 1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14.8%나 급등했고 러시아 루블화도 이달 들어서만 3%나 올랐다. 또 브라질 헤알화, 타이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폴란드 졸티화, 터키 리라화 등 신흥국 통화 대다수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 주식 가격은 더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주가지수는 올 1월 저점 대비 32.2%나 오르며 13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신흥시장 국채 평균 금리는 올 들어 45bp(1bp=0.01%포인트) 하락한 4.38%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신흥국 투자가들은 말 그대로 ‘대박’을 만났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달러 표시 신흥국 채권 펀드 투자가들은 지난달에만 12.3%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독일ㆍ일본 등 선진국 국채 금리가 더 떨어지고 있는데도 같은 기간 글로벌 채권 펀드 투자 수익률은 7.5%에 그쳤다.

이 때문에 투자가들의 신흥국 행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BAML에 따르면 지난 6주간 신흥국 채권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80억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채권 펀드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월 9.8%에서 10.6%로 증가했다. BAML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일대혼란을 겪었던) 2013년초부터 올해 초 까지는 신흥국 채권 펀드에 1,00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되며 운용액이 반토막났다”며 “지금 신흥국 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커다란 반환점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주 신흥시장 주식 펀드에도 13억 달러가 들어오며 6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캐리트레이드에 골디락스 경제”= 신흥국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는 이유는 캐리 트레이드의 재점화 덕분이다. 현재 미국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소비 등 일부 경제 지표가 부진하자 미국이 올 12월에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반등에 힘입어 신흥국 경제가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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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에 금융시장이 안정된 가운데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며 캐리 트레이드 투자가들은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경제가 캐리 트레이드에 ‘골디락스’(너무 과열되지도 너무 침체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선진국 주식·채권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신흥국 자산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신흥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 정도로, 선진국의 1.9배를 크게 밑돈다. 또 선진국 국채 평균 수익률은 0.56%에 불과하고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 규모는 11조4,000억 달러에 이른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담당 수석투자책임자(CIO)는 “(금리 하락이 한계에 이른) 선진국 국채 비중을 줄인 대신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국채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JP모건도 “올해 2·4분기 신흥국 성장률 반등, 중앙은행들의 추가 부양책 등이 전망된다”며 “신흥국 채권, 통화, 고배당주 가격이 앞으로 6% 가량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캐리 트레이드 투자가 신흥국 펀더먼털에 비해 과열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또 다시 급락하거나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터키, 브라질의 정정 불안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 기업의 자금 경색 우려도 여전하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따르면 올 들어 디폴트된 외화표시 신흥국 기업 채권은 19건으로, 이미 지난해 15건을 웃돈다. 또 신흥국 국채의 3분의 1이 신용 강등 경고를 받은 상태다. 특히 브라질, 한국 등 일부 신흥국이 수출 타격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통화가치 상승에 제동을 걸면서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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