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비호감 대결서 사라진 힐러리

트럼프 연일 언론서 논란 부르자

상대적으로 조명 덜받아 '반사익'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연일 논란을 일으키며 미국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 뉴스를 점령하자 상대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대선이 최악의 비호감 후보 간 대결로 구도가 짜이자 ‘안 보이는 것도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등 미 언론은 클린턴 선거캠프가 굳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애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 선거운동이 기사 한 줄, 연설 한 장면이라도 상대 후보보다 더 많이 언론에 노출하려는 경쟁인데 이례적인 셈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미 대선이 유례없는 비호감 후보들 간 대결로 덜 나쁜, 차악의 후보를 선택하는 경연장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클린턴 선거캠프는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 서버를 쓴 스캔들이나 워싱턴 정치의 대명사로 기득권 이미지가 여전해 섣불리 나서다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대신 최저임금 인상, 대학 무상교육, 부자증세 등 지지층을 결집할 확실한 재료가 있을 때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등 공약을 분명히 알려야 할 때 언론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이번 대선의 성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원동력인 ‘막말 능력’만 과신하다 최근 지지율 추락의 수렁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됐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금 대선은 두 사람 중 누가 더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냐의 대결”이라며 “트럼프는 자신이 힐러리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힐러리를 돕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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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클린턴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될 때 갤럽 조사에서 비호감도가 57%에 달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당시 클린턴 보다 살짝 높은 59%였다. 하지만 전대 직후 2주간 트럼프가 인종차별적 막말과 대통령 자격을 의심케 하는 망언을 연발하는 동안 클린턴은 가끔 트럼프에 일침을 놓는 것으로 응수해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더 상승한 반면 클린턴은 소폭이나마 하락했다. 이달 4~5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60%로 지난달 말보다 3%포인트 올랐지만 클린턴은 55%로 조금 떨어졌다.

다만 이 같은 소극적 선거전략은 지지층 외연 확대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클린턴 후보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면 트럼프의 추격을 일거에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5일 지원 연설에 나서 당에 적극적 선거운동을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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