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현비의 재미의 시대] 재미의 필요충분조건 '현비구조'

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재미있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현비구조’라 부른다. 현비구조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재미의 기본 단위라고도 한다.


짧은 예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좋을 테니, 간단한 유머를 하나 들겠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외로운 개구리 한 마리가 전화상담 서비스에 전화를 해서 자기 장래에 대해 물었다. 상담원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소녀를 만날 겁니다.”

개구리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우와, 잘 됐네요! 그럼 파티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되나요?”

그러자 상담원 왈,


“아닙니다. 생물 시간에 만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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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비 구조의 첫 번째 요소는 ‘긴장 구조’다. 그 의미는 긴장의 축적과 해소가 이루어져야 재미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개구리 이야기에서 개구리가 만날 아름다운 소녀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긴장이다. 이 긴장이 차곡차곡 쌓여가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 해소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해결되고 긴장이 풀리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는 ‘두 겹 이야기’고, 세 번째 요소는 ‘공유 경험’이다. 두 겹 이야기란, 이야기의 흐름이 ‘드러난 이야기’와 ‘숨은 이야기’의 두 겹으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구리 이야기에서 개구리가 ‘당신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소녀’를 만날 것이라는 부분에서부터 이야기가 두 겹으로 흘러간다. 드러난 이야기는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사람이 의식적으로 따라가는 이야기다. 개구리 왕자 동화를 떠올리면서 개구리가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흐름이 이것이다. 직접 드러난다고 해서 이것을 ‘드러난 이야기’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가 ‘숨은 이야기’다. ‘개구리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 생물학적인 호기심일 수도 있는데, 이 이야기도 동시에 흘러간다. 하지만 숨겨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측면을 잘 간파하지 못한다. 이 측면을 ‘숨은 이야기’라 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공유 경험’이라는 개념이 추가되어야 한다.

두 겹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즉 공유 경험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공유 경험’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화자)과 이야기를 듣는 사람(청자)이 같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초등학생이 개구리 이야기를 읽었는데 개구리 해부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면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을 리 없다.

이상의 세 요소인 ① 긴장 구조, ② 두 겹 이야기, ③ 공유 경험가 결합되면 아래 그림과 같은 하나의 도형이 된다. 한편 드러난 이야기와 숨은 이야기가 갈라지는 지점이 복선이고 다시 만나는 지점이 반전이다. 개구리 이야기에서 “당신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소녀”가 그 대목이 복선이고 “생물 시간에 만나게 될 거예요”가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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