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여야 당권·대권분리의 역설

계파 대립 속 선출된 새 지도부

정계개편 태풍 막을 리더십 없어

대선국면 땐 한계 봉착 불보듯

새누리당은 8·9 전당대회에서 3선의 이정현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오는 27일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12월 대통령선거까지 여야의 당권 구도는 일단락된다. 새 지도부의 체제 정비가 끝나면 곧바로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각 당의 후보가 되는가로 옮겨갈 것이다. 결국 8월 전당대회에서 뽑힌 여야 대표는 앞으로 펼쳐질 대선 국면에서 당을 통합·관리하면서 대선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과제와 한계를 안고 출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게임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 7~8월 치러진 여야의 당권 경쟁은 대선 주자들이 대거 빠지면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사상 처음 호남 지역구의원 출신이며 비교적 선수(選數)가 낮아 참신한 이 대표의 선출로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경선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더민주 역시 새누리당과 비슷한 구도에서 당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으나 다소 맥이 빠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세 대결이라는 경선 구도 자체가 너무 뻔하고 식상할 정도로 신선함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롭게 출발하는 여야의 신(新)지도체제가 전당대회 후에도 당내 계파 갈등이 잠복한 상태에서 대선 국면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이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이 순간부터 친박근혜와 비박근혜 등 계파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당 안팎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더민주 역시 이번 대표 경선 과정에서 친노무현에서 친문재인으로 이름을 바꿨을 뿐 친문·비문의 심각한 대립 양상이 나타나 전당대회 이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당내 계파의 존재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여의도 정치의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에다 새누리와 더민주에서 닮은 듯이 나타나는 구조는 어느 계파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호각지세’의 형태를 보인다는 점 또한 당을 화합하고 이끌어야 할 여야 신임 대표들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결국 당권 경쟁이라는 ‘예선’에서만 이겼을 뿐 본선인 대권 경쟁은 별개라는 인식이 여야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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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화두가 된 ‘새 정치’와 당내 민주화의 일환으로 각 당이 앞다퉈 당헌·당규 개정으로 당권·대권을 분리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대선 국면에서 당내 갈등과 분란을 더 키울 소지가 있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각 대선 주자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올해 말이 되든 내년 초가 되든 정치권에서는 임박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총선 참패뿐 아니라 대권 주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인물난과 더불어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든 새누리당뿐이 아니다. 대권 주자는 많으나 한곳으로 집중되기보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등 당 밖의 원심력이 작동하고 있는 더민주 모두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신지도부가 정치적 유동성이 본격화하는 대선 국면에서 분당과 대선 주자급의 탈당 등을 막을 정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새 지도부 출범 후 17일 처음 개최된 새누리당 지도부·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당 소속 4선 이상의 중진 21명 가운데 8명만 참석했다고 한다. 부진한 출석률도 문제지만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까지 포함해 대표 주자들이 대부분 불참해 이정현 체제의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처럼 여야 새 지도부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대선 논의가 시작되면 우리 사회 전체가 일시에 정치 논쟁으로 치달을 위험성도 그만큼 커진다. 결국 새 지도부가 구성됐으나 여야 내부의 계파 갈등은 여전하고 이것이 앞으로 대선 공간에서 어떻게 돌출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1년4개월 남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jhohn@sedaily.com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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