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가 아쉽게 기록을 갈아치우지는 못했지만 200m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볼트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78 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앙드레 드 그라세(20초02·캐나다), 3위는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0초12·프랑스)가 차지했다.
볼트가 최초로 100m와 200m를 3회 연속 제패하며 올림픽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순간이었다. 2008베이징대회와 2012런던대회에 이어 이번 올림픽까지 100m, 200m 금메달을 목에 걸어본 이는 볼트뿐이었다. 그는 지난 15일 100m 결선에서 9초81로 사상 첫 올림픽 100m 3연패를 이뤘다. 200m에서는 이전까지 2연패를 달성한 선수도 없다. 이미 ‘전설’이 된 볼트는 20일 오전10시35분 열리는 400m계주에서도 자메이카팀의 일원으로 개인 통산 9번째 금메달을 보태면 육상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올림픽 3회 연속 3관왕’을 완성하게 된다.
이날 볼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156초로 8명 중 5번째로 늦었다. 하지만 이내 경쟁자들을 추월했고 곡선 주로에서 이미 독주를 시작한 그는 직선 주로에서는 격차를 더욱 벌렸다. 아쉽게 자신이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세계기록(19초19)에 미치지는 못했다. 막판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았으나 역사적인 3연패로 만족해야 했다. 경기 직전 비가 내려 트랙이 젖은 것도 기록 도전의 걸림돌이 됐다. 결선 출전자 8명의 개인 최고기록은 모두 19초대지만 이날은 볼트만 19초대를 찍었다.
이번 올림픽 개막에 앞서 “19초 벽을 깨는 세계신기록이 목표”라고 밝혔던 볼트는 경기 후 “더 빠른 시간에 달리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곡선 주로를 뛸 때 기록 경신이 힘들 거라 느꼈다. 내 다리가 ‘우리 더 이상 빨리 가지 못해’라고 말하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이내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운 그는 “(과거) 200m에서 한 번 우승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금메달을 8개나 땄다니 놀랍다”면서 “열심히 훈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최근 별세한 미국의 전설적 복서) 무하마드 알리나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처럼 최고가 되고 싶다”라며 “이번 대회가 끝난 뒤 그런 반열에 올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제나처럼 우승 뒤에는 흥겨운 파티가 펼쳐졌다. 레이스를 마친 볼트는 196cm의 큰 키를 낮춰 트랙에 입을 맞췄다. 마지막 올림픽 출전임을 강조해온 그가 트랙에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이날 200m는 그의 이번 대회 마지막 개인 종목이었다. 이후 관중석으로 달려가 어머니 제니퍼와 포옹한 볼트는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돌며 환호에 답한 뒤 ‘번개 세리머니’도 빠뜨리지 않았다.
취재진의 “마지막 올림픽인가”라는 질문 공세에 볼트는 “확실하다”고 답했다. “마지막 경기인가”라는 물음에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며 웃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볼트가 200m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보이는 비결로 유연한 몸과 탄탄한 근육을 꼽는다. 그 덕분에 특히 원심력의 영향을 받는 곡선 주로에서도 2m40㎝의 넓은 보폭을 유지하며 계속 가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