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조선업황의 부진 탓에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자금 조달이 사실상 꽉 막힌 상황에서 부족한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 들어 한 건의 수주 기록도 없어 유동성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자금 사정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19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1,011억원을 증자하기로 결의했다.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 수는 1억5,912만주로 예정 발행가는 6,920원이다. 최종 발행가는 오는 11월2일 결정된다. 삼성중공업은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청약과 일반공모 청약(실권주 발생 시) 절차를 거쳐 11월28일 신주를 상장해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대영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 운영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며 유상증자 실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선 업황 부진으로 금융권이 신규 여신 지원은커녕 기존 여신 만기까지 축소하는 상황에서 신규 수주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과 함께 조선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사업과 기존에 인도한 선박에 대한 운전·유지관리 개념인 O&M(Operating and Maintenance)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드웨어 격인 단순 선박 건조에 그치지 않고 축적된 노하우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사업화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