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육상 100m 결선에서 앤드루 피셔(바레인)는 출발 총성만 듣고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부정 출발로 실격한 것. 피셔는 헬리콥터 소음 탓에 총성을 제대로 듣지 못해 빨리 출발했다며 억울해했다.
육상에서 부정 출발은 1회에 바로 실격이다. 2010년부터 엄격해졌다. 상대를 흔들어놓으려 고의로 부정 출발하는 선수들이 늘자 연맹은 규정을 강화했다.
헬리콥터 소리에 방해받았다는 피셔의 말은 핑계일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은 출발 총성을 바로 등 뒤에서 듣는다. 외부 스피커 외에도 각 레인마다 스타팅 블럭에 미니 스피커가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총을 쏘는 경기위원에 가까운 쪽 레인이 유리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타팅 블럭은 미끄럼 방지와 폭발적인 출발을 돕는 역할을 한다. 1929년 호주의 찰리 부스가 고안해냈다. 이전까지는 선수가 개인적으로 모종삽을 들고 다니며 발을 묻을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흙바닥에서 경기하던 시절의 얘기다.
허들, 계주를 포함한 단거리 경기에 모두 스타팅 블럭이 설치된다. 스타팅 블럭에는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돼있다. 스타트 때 페달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출발반응속도가 확인되는데 0.1초보다 빠르면 부정 출발로 간주한다. 인간이 소리에 0.1초 안에 반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연구가 그 근거다. 0.1초보다 빠르게 뛰어 나가면 부정 출발이다.
스타팅 블럭은 초반 질주를 위한 최적의 신체 각도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기능을 100% 활용하느냐는 선수의 자세에 달렸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경기 직전 발 길이로 거리를 재가며 앞뒤 페달의 간격을 미세하게 조정한다.
양 손가락을 바닥에 댄 세트 포지션 자세에서 앞발은 지면과 거의 90도, 뒷발은 135도를 유지하고 엉덩이는 머리 높이보다 약간 높은 자세여야 페달을 차고 나갈 때 파워가 극대화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타팅 블럭에서 완전히 발이 떨어지며 가속하는 순간에 지면과 몸의 각도는 45도가 이상적이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