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영화리뷰 '트루스'] 저널리즘은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

2004년 부시 군 복무 비리 의혹 보도한 '메모 게이트' 사건의 전말 다뤄

현대 저널리즘의 몰락을 보여주며 감상에 젖게해

언론의 빛과 그늘 촘촘히 담아낸 교과서같은 영화

영화 ‘트루스’ 스틸 컷/제공=라이크콘텐츠영화 ‘트루스’ 스틸 컷/제공=라이크콘텐츠


차기 대통령 자리를 두고 조지 W.부시와 존 케리의 대결이 한창이던 2004년 9월 8일. 부시 진영이 크게 휘청일만한 뉴스가 방송된다. 부시가 텍사스주 공군방위군에 복무할 당시 근무 태만을 일삼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미국 지상파 방송국 CBS의 대표 앵커 ‘댄 래더’가 간판 프로그램 ‘60분’을 통해 보도한 부시의 군 복무 비리 의혹은 베트남전 참전용사 존 케리 후보와의 차이를 강조하며 부시의 재선을 저지하는 강력한 한 방이 될 뻔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부시는 재선에 성공한다. 보도의 결정적 물증이었던 메모가 위조 논란에 휩싸이며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영화 ‘트루스’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사건, 훗날 ‘메모 게이트’라 불리는 오보 사건의 전말이다.

25년간 프로듀서로 활약한 베테랑 저널리스트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란쳇)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부시의 군 복무 의혹에 관한 취재에 착수한다. 소문이야 파다했지만 입증할 물증이 없어 고민하던 중 메리는 부시의 상사가 작성했다는 1973년의 메모를 손에 얻는다. 다만 메모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원본이 없으며 여러 차례 복사돼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웠다. 메리와 댄 래더(로버트 레드포드)는 일부 필적 전문가들의 확인과 군인들의 증언에 힘입어 보도를 감행하지만 바로 다음날 ‘컴퓨터로 똑같은 문서를 만들 수 있다’는 한 블로거의 문제 제기로 역풍을 맞는다. 특종을 빼앗긴 다른 언론사들 또한 CBS의 보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시작한다. 부시의 군 복무 의혹보다 메모의 위조 여부에 뉴스의 초점이 맞춰진 상황. 메리와 댄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촉박한 취재 과정에서 일어난 작은 실수들이 드러나며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트루스’의 소재나 분위기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스포트라이트’를 떠올리게 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저널리즘의 영광을 재현하며 오늘날을 반성하게 한다면 ‘트루스’는 현대 저널리즘의 몰락을 비추며 감상에 젖게 한다는 점이 작은 차이다. 영화는 언론의 사명이 ‘질문하는 일’에 있다고 여러 번 강조하는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해 만신창이가 돼 가는 ‘60분’ 팀을 지켜보게끔 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이제 누가 질문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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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론의 밝은 면뿐 아니라 그늘까지 촘촘히 담아내려 노력한다.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더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모르시나 본데 요즘 이런 일(추적 보도) 하려는 사람 드물어요”라거나 “우리 업계가 이렇게 됐다니깐. 보도에 대해 보도하기. 뭐하러 고생스럽게 새로운 사건을 취재해. 남들이 알아낸 사건에 대해 같이 떠들면 그만이지”라는 촌철살인의 대사가 따끔하다. 가장 가슴을 울리는 건 댄의 말이다. “뉴스가 대중의 것일 때가 있었는데. 정말이야, 그랬어.” 25일 개봉.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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