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어느 중기인의 기브 앤드 기브(Give & Give) 정신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기원한 범죄조직 ‘마피아’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첨단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전자결제시스템 회사인 ‘페이팔’ 출신의 ‘페이팔 마피아’가 있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피터 틸(페이스북의 첫 번째 엔젤투자)과 일론 머스크(테슬라 모터스 CEO) 등 페이팔 창립 멤버들은 이베이에 페이팔이 인수된 뒤 사업가로, 투자가로 더 왕성하게 활동하며 ‘페이팔 마피아’로 이름이 붙여졌다.


페이팔 마피아들은 창업기업들과 힘을 합쳐 이들 업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만큼이나 선배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한 기업가에게는 열정과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살아 있는 정보가 있고 이들의 지원과 투자로 또 다른 성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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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선배 기업인의 역할을 다하고 청년창업의 멘토를 자처하는 어느 한 중소기업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경남 창원에서 항공기 엔진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부경의 김찬모 대표는 기업가 정신을 ‘기브 앤드 기브(Give & Give) 정신’이라고 말한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뛰어든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본 그는 이 회사의 창업주가 회사인감과 공장열쇠를 넘겨주며 용기를 북돋워 준 시절을 잊지 않았다. 조건 없이 받은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서 죽을 각오로 사업에 매달렸던 그는 이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모교에 장학회를 설립해 20년간 후원을 하고 인근 공업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들의 훈련비를 매년 기부하는 등 나눔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이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대표는 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식목일 다음날인 4월6일을 ‘청년 창업자의 날’로 지정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묘목이 잘 자라려면 수년간 보살펴야 하는 것처럼 청년 창업자 또한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비영리법인인 청년창업 석세스코칭 협회를 설립해 뜻을 같이하는 기업인과 청년 창업가를 멘토·멘티 관계로 엮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청년창업의 시장 진입률과 사업 성공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와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몫이다. 하지만 선배 기업인의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더한다면 창업의 뼈대 위에 피와 살을 덧붙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나누면 배가 된다는 Give & Give 정신이 청년창업의 생태계가 선순환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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