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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삼성전자 쏠림이 가져온 역풍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실장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실장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삼성전자(005930)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9.5% 상승해 사상 최고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가 1.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차별적인 이익 개선과 주주친화정책(자사주 매입 소각)에 근거한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 행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박스권 상단을 쉽게 돌파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는 삼성전자로의 쏠림이 가져온 역풍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 2,000선 이상에서 펀드 환매가 이뤄지고 있다. 펀드가 수익률 추종을 위해 급등한 삼성전자의 보유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대신에 다른 대형주를 매도하면서 양극화는 심화 됐다.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은 한국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최근 신흥국 시장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 지수는 최근 3개월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신흥국 지수의 상위 5개 종목(삼성전자·텐센트홀딩스·TSMC·알리바바·차이나모바일)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3.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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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T) 업종의 차별화된 이익개선 전망 때문이다. 신흥국 지수 상위 5개 종목 모두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 업종 이익전망치는 2·4분기 실적 발표 이후 더 늘어나는 추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또 다른 이유는 패시브 펀드로의 자금 유입 때문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자금이 들어오고 나갈 때 시가총액 비중대로 배분한다. 이에 따라 패시브 펀드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를 때(시가총액 비중 증가) 많이 사야 하고 반대이면 더 팔아야 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신흥국 지수 상위 IT 종목의 급등으로 차별화된 이익 전망은 주가에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흥국 지수 상위 종목의 추가 상승 여부는 패시브 펀드 자금이 얼마나 유입되느냐에 달려 있다. 비슷한 자금 유입 흐름이 나타났던 때는 2014년이다. 당시 패시브 펀드 자금은 24주 연속 유입된 이후 유출로 전환됐다. 현재 신흥국 패시브 펀드 자금은 25주 연속 유입됐다. 아무래도 추가 자금 유입보다는 유출 가능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패시브 펀드 자금 유입 규모가 줄어든다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IT 종목의 상승세도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오승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마켓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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