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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아이스캐슬] 인생이라는 올림픽에 실패자는 없다

영화 아이스캐슬 포스터.영화 아이스캐슬 포스터.


삼바처럼 화끈했던 리우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올림픽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비판이 있을수있지만, 참가했던 선수들은 인생 전체를 걸고 최선을 다했을겁니다. 돈과 명예를 다 가진 세계적인 축구스타 네이마르가 금메달을 확정짓고 그라운드에서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국가대표’의 무게는 어마어마하다는걸 새삼 느낍니다.


우리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메달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고있지만, 등수에 들지못한 선수들이 당분간 느낄 상실감을 생각하면 정말 안쓰럽습니다. 특히, 부상까지 당했다면 그 고통은 너무 클겁니다. <아이스캐슬>(1978년작, 도널드 라이 감독)의 주인공도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을뻔한 위기를 맞게됩니다.

미국 작은 마을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렉시(린 홀리 존슨)는 타고난 재능에 성실함으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게됩니다. 성공하려면 도시로 나가야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버지는 아직 어린 딸이 집을 떠나는 것을 반대하지만 이미 렉시의 마음에는 성공의 지도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유망주로 중서부예선에서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렉시. 그러나 인생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빠져나가나봅니다. 이런저런 오해로 남자친구 닉(로비 벤슨)이 떠나고 뜻밖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되면서 렉시의 인생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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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는 그렇게도 힘든데 떨어지는건 한순간인게 인생의 냉정함이죠. 잘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지만 이제 더 이상 올림픽 유망주가 아닌 그녀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패잔병처럼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온 렉시. 스케이트를 타는 것 외엔 하고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그녀에게 닉이 다가옵니다.

닉은 렉시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곳, 무섭기까지 한 아이스링크장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어린아이의 첫 발걸음을 인도해주듯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를 이끌어줍니다. 닉과 가족의 사랑으로 다시 목표가 생긴 렉시는 전보다 더 열심히 연습합니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선 렉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없을만큼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그녀에게 관중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냅니다. 렉시는 시력을 잃었지만 자신이 정말 찾고자했던 진실과 행복, 사랑까지, 더 중요한 것들을 얻게됩니다.

이 영화를 볼 때만해도 피겨스케이팅은 서양사람만 하는줄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김연아’라는 걸출한 선수가 우리앞에 등장한겁니다! 신체적으로 월등한 동구권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4위에 당당히 오른 리듬체조의 손연재선수도 기적입니다. 펜싱은 또 어떻습니까. 그런 종목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데 박상영선수는 할수있다를 되뇌이며 금메달까지 따냅니다. 양궁도 동양인인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종목이라는데 그 성과는 눈부십니다. 모든 선수가 귀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이제는 어느 선수에게도 마음아픈 말, 조롱하는 말은 하지 않아야합니다. 특히 실수하고 기대이하의 성적을 낸 선수에게는요. 이제 겨우 스무살 안팎의 그들이 견디기엔 너무 가혹합니다.

<아이스캐슬>의 주제곡 “Looking through the eyes of love”처럼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주고 다시 일어서게 용기를 줘야할 때입니다. 우리모두 ‘인생’이라는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이고 대부분 메달을 따지못한채 끝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실패한것은 아니니까요.

KBS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연출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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