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석수 특감, 박근령 사기혐의 고발]동생 개인비리라지만...朴대통령 정치적 위신 타격

1억 빌린 뒤 일부 갚지않아

측근 1명도 함께 검찰 수사

야 "철저히 수사" 정치공세

여권, 레임덕 빨라지나 우려

약 1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서울경제DB약 1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서울경제DB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62)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감찰해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23일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 박 대통령의 권위가 급속히 약화돼 한마디로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이석수 감찰관은 지난달 21일 박 전 이사장을 약 1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다른 인물 1명도 박 전 이사장과 함께 입건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피해자는 1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토지·개발·건설 등의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된 상태다. 박 전 이사장은 피해자로부터 1억원을 빌린 뒤 일부를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수 감찰관은 감찰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의 혐의가 처벌받을 만한 수위라고 판단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감찰관은 ‘대상자의 범죄혐의가 명백해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볼 때’ 고발의 형식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이석수 감찰관은 감찰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을 사무실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특별감찰관실에 진정을 내 ‘박 전 이사장이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대통령 인척인)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규모와 성격 면에서 대통령 인척의 권력형 비리로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간 박 대통령이 박 전 이사장을 좋게 보지 않아 멀리했던 것을 감안할 때 권력형 비리라기보다는 개인 비리로 보는 편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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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체면은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가족 문제에서만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깨끗할 것으로 믿어지던 박 대통령의 이미지에 손상이 갔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근령·지만씨 두 동생을 청와대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할 정도로 가족관리를 했지만 결국 흠집이 남게 됐다.

야당은 박 전 이사장 사건이 알려진 후 곧장 “검찰의 엄중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정치공세에 나섰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친인척 관리 역시 민정수석의 중요한 업무인데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음에도 (박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해임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우 수석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석수 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한 뒤 청와대가 나서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한 것은 국기를 흔드는 위법행위”라고 강력 비판한 배경에도 박 전 이사장 고발에 대한 불만이 들어 있는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박 대통령이 박 전 이사장을 좋지 않게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 고발로 사건이 공론화되면 결국 박 대통령의 위신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여권은 이번 사건이 정권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악재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통화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법대로 감찰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우 수석 수사 의뢰와 근령씨 고발 건은 별개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맹준호·나윤석·이완기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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