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 세계 상용화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DJI(大彊) 관계자와 만났다. 미팅에서 “DJI의 최대 경쟁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최대 경쟁자는 바로 DJI다. DJI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계속 새롭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뛰어넘는 게 우리의 숙제다”라는 답변을 듣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DJI가 혁신을 거듭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 2015년 선전시 통계에 따르면 선전시는 R&D 투자에 시 국내총생산(GDP)의 4.05%를 투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한국(4.29%), 이스라엘(4.11%)보다는 낮지만 일본(3.58%), 핀란드(3.2%)보다 높은 수치로 선전시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율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선전시는 ‘선전시 제13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시 GDP의 R&D 투입 비중을 4.25%까지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선전시의 R&D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은 개인기업이 R&D 투자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 기업은 이익이 생기면 R&D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 선전시 GDP의 R&D 투자액 중 약 90%가 공공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R&D 투자가 높은 만큼 선전 기업의 특허 출원도 매시간 이뤄지고 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선전의 특허신청수는 10만5,481건으로 중국 도시 중에 가장 많았다. 국제특허(PCT) 신청건수도 중국 전체 PCT 특허의 46.9%에 달하는 1만3,308개였다. 선전의 대표적 기업인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는 데 성공했다.
선전은 엔지니어가 대접받는 도시다. 도시가 정보기술(IT) 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R&D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국내외 우수한 엔지니어 영입을 위해 선전시 정부는 선전시 호구 취득, 무비자입국허용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높은 급여로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R&D 관련 인원을 살펴보더라도 DJI는 총 근로자 5,000명 중 1,500명을, 화웨이는 총 근로자 17만명 중 약 7만6,500명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 R&D 투자 환경을 구축한 선전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R&D 비즈니스 생태계로 인해 중국 타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대기업 중 바이두(베이징), 알리바바(항저우), 레노버(샤먼) 등이 R&D센터를 선전에 설립했으며 세계 500대 기업 중 IBM·삼성·오라클·지멘스 등 30여개의 외국기업도 선전에 R&D센터를 운영하도 있다. 최근에는 인도 스마트폰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자바·인텍스·마이크로맥스 등도 선전에 R&D센터를 운영하면서 선전의 혁신적인 R&D 비즈니스 생태계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아이언맨슈트 상용화에 성공한 ‘광치(光啓)’의 류뤄펑 원장은 “혁신은 미래를 현재로 앞당기는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세상에 없는 혁명적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R&D 투자는 기업을 발전시키고 산업과 사회에 혁신을 일으키는 핵심역량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할까. 아직은 괜찮다. 세계를 이끄는 중국의 선도기업들이 혁신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지속적인 R&D 투자로 급격하게 뒤를 쫓아오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R&D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도 R&D 자금 지원, 우수 R&D 인재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중국 선전과 같이 ‘우수인재-R&D-혁신-성장’의 선순환적 R&D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박은균 KOTRA 선전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