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500 ¦ 디지털 최전방의 두 개척자 이야기



낯선 이름의 치과재료 도매업체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둘 모두로부터 디지털 변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헨리 셰인 Henry Schein, GE, 그리고 ‘신(新)산업혁명’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헨리 셰인 기업 프로파일
RANK 268
매출:
106억 달러
이익: 5억 달러
직원 수: 1만 9,000명
총 주주 수익률 (2005~2015년 연평균): 13.7%



제너럴 일렉트릭 기업 프로파일
RANK 11
매출:
1404억 달러
이익: -61억 달러
직원 수: 33만 3,000명
총 주주 수익률 (2005~2015년 연평균): 2.5%

헨리 셰인을 기술기업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실제론 이 기업에 대해서 생각 자체를 안 해봤을 것이다.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서 268위에 오른 헨리 셰인은 리스트에서 가장 인지도가 낮은 기업 중 한 곳이다. 의료기관 대상 치과재료 도매업이라는 사업 내용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애플, 아마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등에 비하면, 뉴욕 주 롱아일랜드 Long Island에 본사를 둔 84년 역사의 이 기업이 내세울 만한 건 아마 근관치료(root canal)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헨리 셰인은 기술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기업은 구강세정제처럼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의료도매업을 디지털 치과치료의 중심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고, 이제는 의료계의 다른 분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엄청난 수익이 돌아갔다. 1995년 상장 이후 헨리 셰인은 연평균 수익률 16%를 기록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가 같은 기간 올린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장기 실적에서 500대 기업 중 최상위권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오늘날의 경제에선 대기업은 물론, 심지어 치과용 드릴 판매업체도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와 모바일 컴퓨팅,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성하는 유비쿼터스 센서, 점점 성능이 개선되고 있는 알고리듬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사업의 거의 모든 분야가 이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헨리 셰인의 사례는 디지털화를 선도한 기업은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반대로 승자가 대부분을 독식하는 구조에서 흐름에 뒤처지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예시하고 있다.

감이 뛰어난 리더들은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이번 호 기사를 위해 진행된 포춘 500대 기업 CEO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기술적 변화의 빠른 진전’이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단일 과제’로 가장 많이 거론되었다. 전체 응답자 중 4분의 3은 ‘3대 변혁기술(클라우드 컴퓨팅 · 모바일 컴퓨팅 · 사물인터넷)’이 향후 사업활동에 있어 ‘매우’ 혹은 ‘절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변혁을 가져올 기술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꼽았다.

자신의 회사가 기술기업이냐는 질문에는 전체 CEO의 6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정유, 기계제작, 광물 채굴, 잡지 제작 등 분야를 막론하고 디지털화가 기업의 운명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꼭 CEO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치과의사 다섯 명 중 네 명, 혹은 최소한 헨리 셰인의 고객이라면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은 혹시 보철치료를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미국 대부분의 치과에서 보철 치료는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환자가 진료의자에 앉으면, 의사는 입 속에 구역질을 유발하는 끈적한 물질을 넣어 치아의 틀을 뜬다. 이 틀은 치기공사가 보철물을 만들 때 사용된다. 이어 치아와 동일한 색이 되도록 보철물에 흰색 에나멜 가루를 뿌린다. 매우 노동집약적인 이 작업은 지난 100년간(중국으로 치기공 작업의 일부를 이전한 최근의 ‘혁신’을 제외한다면)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솔트레이크 시 남부, 헨리 셰인 사무실 인근에서 한 자선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치과를 찾아가 보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우선 이곳에는 틀을 뜨는 작업이 없다. 치과 간호사(dental assistant)가 영상장비로 환자 치아의 3D 이미지를 만든다. 간호사는 같은 스크린에서 보철물의 형태를 설계해 인근에 있는 제작기계로 전송한다. 기계의 크기는 커다란 토스트용 오븐 정도다. 30분이 지나면 보철물이 완성된다. 전체 디자인 및 제조 공정에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동안 환자는 진료 의자에 앉아 등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치과의사 연수 분야의 유명 전문가 고든 크리스텐슨 Gordon Christensen 박사는 “내 오랜 커리어에서 지금보다 더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바로 헨리 셰인이 있다. 그 동안 치과 업계에서 이 업체의 존재감은 1,000페이지짜리 치과용품 카탈로그 정도가 전부였다.

26년째 CEO를 역임 중인 스탠리 버그먼 Stanley Bergman 이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치과에 적용한 통찰력뉴욕 주 멜빌에 위치한 헨리 셰인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스탠리 버그먼. 그는 탁월한 고객 서비스를 통해 치과 제국을 건설했다.치과에 적용한 통찰력뉴욕 주 멜빌에 위치한 헨리 셰인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스탠리 버그먼. 그는 탁월한 고객 서비스를 통해 치과 제국을 건설했다.


버그먼은 치과 의사도 기술자도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 *역주: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에 반대해 197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회계업체 BDO의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고객사의 신형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도입을 지원했다. 버그먼은 “당시만해도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1970년대 후반 BDO 직원 여럿이 당시 신생 컴퓨터 기업이었던 애플로 이직을 결정했을 때, 버그먼은 함께 가자는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 대신 그는 1980년 고객사였던 헨리 셰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버그먼은 상사들로부터 무척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CEO였던 제이 셰인 Jay Schein이 1989년 암으로 사망하기 전, 버그먼을 후계자로 지명할 정도였다. 그는 당시 39세에 불과했다. 회사 연매출은 2억 달러였다. 그랬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06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버그먼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Larry Ellison에 비견될 만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겸손한 인물이다. 그는 헨리 셰인이 도매상에서 디지털 플랫폼 공급업체로 변신한 비결로 ‘스마트한 전략’과 함께 ‘우연한 행운(serendipity)’을 꼽았다(엘리슨도 이렇게 말할까?). 1990년대 초반 여러 벤처기업들은 치과의 기본 회계관리 용도로 MS DOS 기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출시했다. 그러나 헨리 셰인의 판매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그러자 한 마케팅 직원이 그 이유를 찾아냈다. 치과의사들이 몇 년 후에도 이 신생업체들로부터 제품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헨리 셰인은 실험 차원에서 소프트웨어에 자사 이름을 부착하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자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버그먼은 몇 년 후 “‘한 치과 관련 행사에서 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오더니 ‘저희 제품을 정말 잘 팔아 주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이제 회사를 매각할까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헨리 셰인은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업체를 인수했다.

헨리 셰인은 그렇게 소프트웨어 업계에 진출했다. 버그먼이 솔직하게 밝힌 것처럼, 당시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몰랐다. 업계의 주류 운영체제가 DOS에서 윈도로 바뀌자 헨리 셰인은 한 업체를 더 인수했다. 덴트릭스 Dentrix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회계 및 일정관리 기능과 함께 간단한 전자의료기록을 남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상태였다. 이 회사의 설립자 래리 깁슨 Larry Gibson은 헨리 셰인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돼 2007년까지 같은 직책을 맡았다.

버그먼은 회사가 소프트웨어 공급 사업을 벌이면서, 더 이상 단순한 도매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음을 깨달았다. 판매인력들을 ‘주문을 받는 사람에서 고객에게 조언을 해 주는 사람으로’ 완전히 재교육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소프트웨어 개발사 겸 컨설팅 · 장비 · 재료 공급업체’라는 복합적인 위치를 갖게 된 결과, 헨리 셰인은 치과의사들을 위한 원스톱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훗날 치과 분야 디지털 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었다.

헨리 셰인은 지금도 유타 주 기술기업 밀집지대인 ‘실리콘 슬로프(Silicon Slopes)’에 120명, 전세계에 400명의 프로그래머를 두고 있다. 버그먼은 헨리 셰인이 기본적으로 기술기업이 아닌 서비스기업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가 신기술을 최초로 도입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버그먼은 “하지만 그 기술의 가격대가 정규 분포의 80%가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졌을 땐, 우리도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가 신뢰하는 플랫폼을 만들 때에만 성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덴트릭스를 변화시킨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신뢰다. 전화가 걸려오면 꼭 받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최근 헨리 셰인은 수의약품 등 의학계의 다른 분야에도 진출했다. 현재 판매되는 수의학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능은 비교적 단순하다. 고객들에게 일정관리와 함께 내원 안내나 사상충약 (heartworm medicine) 복용 안내 문자를 보내는 정도다. 하지만 헨리 셰인은 수의사가 동물의 건강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자목줄을 개발하고 있다. 활동성 저하는 어떤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머리를 자꾸 흔드는 건 귀 염증,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건 당뇨의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수의사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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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셰인이 20년 전부터 디지털 변혁에 뛰어든 것과는 달리, GE(포춘 500대 기업 11위)는 불과 5년 전부터 행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트 엔진, 증기기관, 기관차 세계에 디지털 분석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매우 굳건하다.

GE의 석유가스 부문은 로렌초 시모넬리 Lorenzo Simonelli가 총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고객들의 생산성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데이터에 있다고 보고 있다. GE는 모든 장비에 센서를 부착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예컨대 액화천연가스 부문에선 가스 터빈 740개가 모두 아이센터 iCenter라 불리는 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시모넬리는 “페이스북 전체 데이터와 맞먹는 양의 데이터가 매일 수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간단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시모넬리에 따르면, 펌프 작동 모니터링을 통해 유정 생산성을 2~5% 가량 제고할 수 있다. 유정의 원유 분출 억제기를 원거리에서 측정하면 ‘의도치 않은 분출(unplanned pulls)’을 예방해 최대 3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송유관에 달린 센서는 유출, 부식, 부서진 밸브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고를 보내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GE는 기초적인 활용을 넘어 더욱 정교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유한 모든 장비에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s)’를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에 활용하면, 생산성 극대화는 물론, 제품 개선에 꼭 필요한 주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시모넬리는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 속도가 무척 빠르다. 현재 우리는 최첨단의 끝에 서 있으며, 이 자리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 ‘여정’을 이끄는 안내자는 GE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이자 GE 디지털의 CEO인 빌 러 Bill Ruh다. 그는 1990년대 RFID(초기형 센서의 일종)를 활용해 원거리에서 물체를 추적하는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사물인터넷(IoT)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러는 “사업은 실패였다. 경제성을 제대로 맞출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러는 사물인터넷의 장래성에 대해 계속 확신이 있었다. 기존 기업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보다 두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먼저 기존 기업은 “계곡에 물을 공급할 권리”, 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업분야에 대한 노하우도 풍부했다. 러는 대기업이 이 지식을 전략적으로 정비한다면, 활용도가 엄청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1년 러는 GE의 제프 이멀트 Jeff Immelt CEO를 만났다. 자신의 이론을 실행에 옮길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러는 “제프는 ‘혁신가 딜레마’ (*역주: 경영자가 신기술 활용에 실패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한 책) 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며 “그는 기술을 잘 몰랐다. 하지만 데이터와 기술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GE의 사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GE에 영입된 러는 신속하게 사내 디지털 부서 구축에 돌입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샌 래먼 San Ramon에 1,500명 등 전세계 총 3만 명이 이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 현재 GE의 10개 사업부 중 8곳에 최고디지털책임자(CDO)직책이 존재하며, 이들은 해당 사업부 CEO와 러 양쪽에 보고를 하고 있다.

스탠리 버그먼처럼, 러도 자기만의 성공 법칙 3가지를 갖고 있다.

첫째는 ‘리더십은 최고위층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직도상 CDO는 나다. 하지만 진짜 ‘최고디지털책임자’는 이멀트 CEO다. 전략을 짜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가 디지털을 자신의 업무 1~4순위 안에 놓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속도가 생명’이다. 러는 “실리콘밸리의 사고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언가를 빨리 만들어내라. 배우고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라.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라. 이 같은 부분은 이 회사에서 배우기 상당히 어려운 덕목들이다. 제트엔진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세 번째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결정하라’이다. 이멀트는 GE의 서비스 부문부터 먼저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러는 “덕분에 출시 전 자체 테스트가 가능했다” 고 말했다. 아마존도 아마존 웹서비스 Amazon Web Services에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그리고 이 부서는 아마존의 최초이자 최고의 고객이 되었다.

GE는 지난 2월 미지의 세계를 향한 중요한 도약을 했다. 산업용 사물인터넷(Industrial Internet) 클라우드 플랫폼인 프레딕스 Predix를 다른 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GE 경영진과 이사회가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을 진행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멀트는 확신이나 합의를 위해선 어떤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디지털화에 소극적이었던 다른 기업들에게 어떤 일이 닥쳤는지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S&P 500 지수에 포함된 소비자인터넷기업 중 15% 이상, 거의 20%가 15~2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미디어, 유통, 소매금융 등 분야에서 기존업체 중 상당수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멀트는 GE가 과거 NBC 유니버설을 소유했을 때, 이미 이런 ‘심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그때 나타난 현상을 지켜봤다”며 “어떤 기업도 그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딕스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GE는 한 가지 중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바로 장비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다. 이멀트는 “산업인터넷의 ‘킬러 앱’은 물리학과 분석의 결합이다. 일반 소비자용 인터넷과는 그 기능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GE가 디지털 전환기에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다면, 사내의 다른 사업부들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이멀트는 “섣부른 예측은 하고 싶지 않다” 고 말을 아꼈다.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점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왔다: 기업은 내부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생산성을 활용해 투자금을 충분히 끌어 모을 수 있다. 서비스가 향후 고객사들에게도 공급되면 투자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한 잠재력이 모두 실현된다면 새로운 GE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래일까? 과연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와 분석이 (예를 들어) 100년 전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주요 동력원이 전환됐을 때만큼 경제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분야 권위자인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 Robert Gordon은 “디지털화가 경제적 측면에서 1차(증기기관)및 2차(전기) 산업혁명에 맞먹을 만큼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데이터기술이 소비자를 넘어 기업과 산업에 점점 더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지목하며, 좀 더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 McKinsey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물인터넷이 2025년까지 (주로 비즈니스와 사업 분야에서) 연 11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춘 5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신기술이 산업혁명 수준의 거대한 변화를 자신의 기업에도 가져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4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스탠리 버그먼도 그 부류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디지털기술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역주: 여러 다른 시스템에서 작동할 수 있는 능력) 이 확보되면 “생산성 향상이 가속화할 것”이고 “상상하지 못할 만큼 삶의 방식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멀트는 더욱 낙관적이다. 그는 “원래 호들갑 떠는 성격은 아니지만 (산업혁명에 비유하는 것이) 과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ALAN MURRAY

BY ALAN M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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