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폭염에 지친 대한민국] 밭 갈라지는데 저수율 50%로 뚝…가축·물고기도 고온에 떼죽음

■전국 농수축산물 비상

콩·고추·사과 등 시들고 말라 수확 포기할 판

폐사 가축 40% 늘어 357만마리…5년래 최고

지자체마다 상황실 가동…식탁물가 폭등 우려

폭염과 가뭄으로 밭작물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농장에서 농민이 타들어 간 오이를 바라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김포시의 한 깻잎 밭에서 농민이 가뭄으로 갈라진 밭을 쳐다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김포=권욱기자폭염과 가뭄으로 밭작물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농장에서 농민이 타들어 간 오이를 바라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김포시의 한 깻잎 밭에서 농민이 가뭄으로 갈라진 밭을 쳐다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김포=권욱기자


전남 영암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모(72)씨는 하늘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비가 오지 않다 보니 고추가 크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네 저수지에서 연일 물을 퍼 나르고 있지만 마을 농가가 같은 저수지에서 물을 퍼 올리고 있어 지난달만 해도 꽉 차 있던 게 이제는 5분의1만 남았다.

기상청 등의 오보 헛발질 속에 불볕더위와 여름 가뭄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작물이 시들고 마르는 등 밭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까지 나올 정도다. 당분간은 국지적인 소나기 정도만 예상되고 있어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 가는 실정이다. 벌써 가뭄 피해가 나타나자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뭄상황실을 가동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경북 안동시는 최근 3개월간 누적 강수량이 369㎜로 평년의 78%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주까지 콩이 12㏊, 고추밭은 10㏊, 생강 등 기타작물은 4.5㏊에서 밭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안동시 서후면 농가에서는 초록색이어야 할 콩잎이 노랗게 변했고 아예 메말라 떨어져 버리는 위조현상도 나타났다. 연일 기온이 30도를 넘자 생강도 생육을 거의 멈췄다. 농민들은 뿌리작물이 말라 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낮에는 어렵게 확보한 물을 주지 못한다. 햇볕이 워낙 뜨거워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때 데워지기 때문이다.

충남 서산의 인삼밭에서는 내리쬐는 햇볕에 인삼 잎이 누렇게 말라 비틀어졌다. 수확을 앞둔 5년근 인삼 이파리도 모두 말라 죽어 성장이 멈췄다. 경북 청송군과 의성군 등 사과 주산지 농민들도 사과농사 타격에 울상이다.


바닷물 온도가 30도에 이를 정도로 오르면서 가축과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피해도 급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하순부터 이달 18일까지 누적 폐사 가축은 357만4,000마리로 지난해보다 40%가량 증가했고 최근 5년 동안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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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에서는 폭염 피해로 닭·돼지·메추리 등 축산농가 56가구에서 키우는 가축 18만마리가 폐사했다. 전남 완도에서는 전복이 집단 폐사했고 포항 양식장 25곳에서는 강도다리·넙치 등 물고기 46만마리가 죽었다.

낙동강·영산강 등지에서는 녹조 피해 우려도 커졌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농작물 생산량이 줄면 곧장 식탁물가가 폭등할 텐데 추석을 앞둔 시점이어서 농어민의 상실감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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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뭄이 더 이어질 경우 물 부족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9월까지는 농업용수 수요가 많다. 전국적으로 농어촌공사 관할 저수지의 저수율은 올해 7월14일 기준 79.6%였으나 이달 22일 현재 51.7%로 무려 27.9%나 떨어졌다. 이는 평년의 68.5% 수준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3일 기준 전국 18개 다목적댐 저수량은 63억4,400만㎥로 저수율이 50.0%다. 예년 저수율(55.1%)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데 지난달 9일 59%로 정점을 찍은 뒤 빠른 속도로 낮아지는 게 걱정이다. 수자원공사 가뭄분석센터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강수량이 전국 평균 19.6㎜로 평년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다목적댐 저수율 등 ‘물그릇’ 키우기와 물 아끼기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기자·박진용기자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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