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핵잠수함 건조해 ‘수중 킬체인’ 구축해야”
북한이 24일 시험발사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은 세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는 500㎞에 이르는 비행 거리. 북한이 지난달 9일과 4월 23일 발사했던 SLBM은 각각 10여㎞, 30여㎞를 비행한 다음 공중 폭발, ‘아직은 기술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낳았었다. 그러나 3차 SLBM 시험 발사는 거리로만 봤을 때 사실상 성공에 해당된다. 북의 SLBM 관련 기술이 예상보다 높다는 얘기다. 2~3년 뒤로 예상된 실전 배치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을 전망이다. 군 당국은 이르면 내년 초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발사 의도와 시기. 일단 의도는 한미 연합 을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맞대응용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틀 전인 22일 UFG훈련을 격렬하게 비난했었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경고-SLBM 발사’라는 도발 수단을 하나 더 갖게 됐다는 점이다.
UFG 훈련 일정이 오래 전부터 공개되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SLBM 발사 역시 상당한 준비기간을 거친 것으로 보이지만, 만에 하나 우려할만한 구석도 있다. 만약 북한이 경고한 뒤부터 발사를 준비했을 경우다. 이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SLBM를 발사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북으로서는 새로운 전략적 위협 수단을 추가하게 된 셈이다.
세 번째는 북 SLBM 관련기술 발전의 방향성. SLBM을 단 한 발 탑재할 수 있는 2,000t급 신포급 잠수함에서 연이어 발사 실험을 실시한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신포급이 최종병기라기보다 대형의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은 다음 단계로 SLBM 12발을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며 내다봤다. 문 국장은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 또는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보다 대형의 잠수함과 다량의 SLBM을 보유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에 최대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북한의 SLBM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것도 SLBM의 개발수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며 그 파장도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근식 국장은 “우리 군의 대비계획도 이제는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한국도 핵잠수함을 건조해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출항할 때부터 감시해 유사시 이를 쏘지 못하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SLBM 발사에 사실상 성공함에 따라 우리 군도 지상 킬체인 뿐 아니라 ‘수중 킬체인’까지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담도 그 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북의 SLBM이 노리는 목표가 한반도냐 일본과 괌이냐와 관련한 북한 탄도미사일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과 사드 배치 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