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정도로 한발 앞서 있었다. 하지만 충전소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관련 산업의 발전이 더딘 탓에 선진국들에 선수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소전기차 78대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급됐고 수소충전소는 연구·실증용으로만 10기가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미국(H2USA), 일본(수소연료전지전략협의회·HySUT), 독일·영국·프랑스(H2모빌리티) 등은 이미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수소차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은 오는 2020년까지 14조7,000억원을 전기차 활성화에 투자하기로 했고 일본은 지난해부터 수소차의 민간보급을 시작했다. 중국은 올해 33대의 수소버스를 만들어 실증작업에 들어갔고 차량 보조금을 대당 20만위안(약 3,366만원)으로 책정했다. 수소차의 우위를 점령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자동차·가스 업계가 손잡고 수소차 기술개발과 보급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민관 합동으로 수소 융합 얼라이언스 발족식을 개최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날 발족식에서 “우리나라는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수소공급 여건이 양호하고 인구밀도가 높아 다른 나라보다 수소차 보급에 유리한 조건”이라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확산해 경쟁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가 갖춰지면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업계도 자신했다. 권문식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수소차 부문에서 현대차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면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를 지난 뒤 궁극적으로는 수소차가 전기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결국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나라가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면서 “수소차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만 적극적으로 해 국내 수요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수출산업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족한 민관협의체인 수소 융합 얼라이언스는 수소전기차 보급·확대, 수소에너지 확산 등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한다. 수소에너지는 그간 미래 유망 에너지로 부각됐지만 관련 업무가 각 부처에 흩어졌고 연관 업체가 다양해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발족한 얼라이언스에는 산업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를 비롯해 울산·광주·충남 등 지자체가 참여한다. 민간 영역에서는 수소차 제조·부품사, 수소 제조·유통 업체, 수소 충전소 설치 업체 등도 함께한다.
정부는 충전소 등 인프라 확대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수소충전소 설치와 운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도 설립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2020년까지 충전소 100기를 설치할 예정인데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광주·울산·창원에 충전소를 만든다. 고속도로 휴게소 20곳에도 충전소를 2020년까지 세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관련 규제도 집중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업계와 지자체도 수소차 활성화를 위해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는 올해 말 수소버스를 출시하고 2018년 초에는 현재 투싼수소차보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개선된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행 8,5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은 6,000만원대로 낮아져 정부의 보조금(2,750만원)을 감안하면 3,000만원대면 차량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광주광역시에서는 하반기에 전기차와 수소차 15~20대를 활용한 카셰어링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울산시는 수소택시 시범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정부는 수소차에 대한 구매 인센티브 및 전기차에 준하는 운행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수소차 1만대를 보급하고 1만4,000대는 수출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세종=이철균기자 fusionc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