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사망설 최초 퍼뜨린 美거주 일베회원 수배

지난 6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을 최초로 유포한 30대 남성이 지명수배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미국에 거주 중인 최모(30)씨를 입건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했다.

최씨는 지난 6월 29일 극우 성향 인터넷커뮤니티로 알려진 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속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29일 오전 사망’이라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이 글에 ‘아시아엔’이라는 인터넷 언론사가 2014년 이 회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던 기사의 캡처 화면에서 사망일자와 보도일자만 바꾼 그림 파일도 첨부했다. 경찰은 이 파일의 유포 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일베의 서버를 압수수색해 최씨가 이 회장의 사망 조작 기사를 처음으로 게시한 것을 확인하고 피의자로 특정했다.

최씨는 이전에도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거나 한방의학으로 소생했다는 등 이 회장의 생사와 관련한 글을 두 차례 더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4월에는 삼성전자 주가·거래차트를 게시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합성사진을 다수 게시하기도 해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작 능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이메일과 전화를 통한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글을 작성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기사 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말을 바꿔왔다. “내가 포토샵으로 편집했다”, “구글에서 내려받았다”, “트위터에서 내려받았다” 등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글을 작성한 이유로는 “인기글로 등록되면 관심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가 앞서 삼성전자 주가·거래차트 등을 게시했던 점을 들어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것인지 여부도 추가 조사 중이다.

2000년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군입대도 연기한 채 10여 년간 귀국하지 않고 있는 최씨는 지난달 30일 이후 경찰의 출석요구를 무시한 채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잠적한 상태다. 경찰은 다음 주 내에 최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