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구글(Google)이 '구골'(Googol·10의 100제곱)되려면...

고광본 정보산업부장

한미 통상 '태풍의 눈' 지도반출

4차혁명 대응 위한 공유는 필요

구글, 세금 논란·음란물 규제 등

회피 말고 진정성 먼저 보이길






[데스크 칼럼] 구글(Google)이 구골(Googol·10의 100제곱)되려면…

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aily.com

지난 2013년 두 딸을 데리고 미국 실리콘밸리를 탐방했다. 반도체 역사가 담긴 인텔 박물관을 거쳐 애플·구글·페이스북 등을 찾았다. 그런데 인텔을 제외하고 어느 기업이나 전시관 하나 없었고 건물 안에는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었다. 구글에서는 점심시간이 됐지만 바로 코앞 통유리 안에서 식사하는 직원들을 그냥 지켜만 봐야 했다. 허기를 참으면서 두 딸이 구글 직원들과 말이라도 붙여보게 괜히 이 사람 저 사람 붙잡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개방과 포용의 상징인 실리콘밸리라면 전시관이나 탐방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식당은 있지 않겠나’라는 발상은 너무나 순진한 것이었다.


구글이 검색·지메일·지도·크롬브라우저는 물론 모바일 OS(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마켓(구글플레이), 동영상 플랫폼(유튜브)에서 절대 강자라는 것은 따로 공부했다. 여하튼 구글은 올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으로 인공지능(AI)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AI 기반의 자율주행차와 똑똑한 개인비서, 맞춤형 교육을 비롯해 헬스케어, 식물과 세포 유기체로 만든 고기, 가상현실(VR), 3D프린터 등을 펴며 이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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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구글과의 추억을 꺼낸 것은 구글의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요구가 한미 통상 현안이 됐기 때문이다. 7개 부처와 국가정보원이 24일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미국 대선(11월8일) 뒤인 오는 11월23일까지 결론을 미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접근법이 다른데다 미국의 통상압력도 고려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불허를 위한 시간벌기’인지 ‘반출 허용을 위한 수순’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국가안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구글이 5,000대1의 상세 지도를 요구해 구글어스(인공위성 사진서비스)와 결합하면 주요 보안시설이 노출된다고 하지만 이미 러시아의 안덱스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지도 등을 통해 현재도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내비, SK텔레콤 티맵에는 보안시설이 흐리게 표시(블러링)돼 있어 국내 위치·지리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구글 입장에서는 검색시장에서 네이버에 밀리고 있는 한국 사업에서 반전 기회를 찾을 수도 있고 역점을 두는 자율주행차 한국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하지만 지도 데이터 반출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구글은 한국에서 검색과 유튜브 광고 등으로 연간 1조원 이상 수입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는다. 구글코리아 수입의 대부분을 아일랜드 등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조세정의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을 막기 위한 조치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20개국(G20)으로 확산되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또한 구글플레이에 게임 등 콘텐츠 업체의 장터를 열어주면서 매출의 30%를 받는데 SK텔레콤·KT·LG유플러스·네이버의 ‘원스토어’에 입점하는 곳은 불이익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의 음란물 등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을 요구해도 본사로 문제를 회피하는 경향도 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조세회피 의혹이 있는 특정 기업에 아무런 조건 없이 반출하는 것은 법과 원칙을 내팽개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글이 성의 있게 나오면 정부가 1조원 이상 들여 만든 지도 데이터이지만 전향적으로 반출을 허용하는 게 맞다. 구글도 이익이지만 결국 외국어 버전을 포함한 다양한 길 찾기 서비스, 국내 정보기술(IT)업체들의 O2O 앱 개발, 자율주행차 산업 등 파급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개방과 공유 경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물론 국내 사업자들에도 형평성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유튜브가 동영상 서비스로 얼마를 벌어가는지 밝혀지지도 않았다”며 “중국처럼 이들의 서비스를 막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구글(Google)은 당초 사명을 구골(Googol·10의100제곱으로 1 뒤에 0이 100개 달린 수)로 지으려다 스펠링을 잘못 쓰면서 생겼다. 구글이 진정으로 구골이 되려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뒤에서 그냥 ‘구글 스탠더드(Google Standard·구글표준)’만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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