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에서 고생을 자청하고, 쓰레기더미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고고학자라고 부른다. 죽은 것, 묻혀 있는 것, 알려지지 않은 것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과거의 이야기를 복원하고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고고학자들의 현장 이야기를 논픽션 작가 메릴린 존슨이 취재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정리했다.
책은 세계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군대와 손잡은 고고학자부터 한국에 주둔하게 된 남편을 따라 1970년대 초 한국에 와서 ‘한국 고고학’이라는 책을 펴낸 알린 사라 넬슨 등을 소개하며 ‘왜 그들이 지구 표면을 긁어 파는 일에 평생을 바치게 됐는지’를 탐색한다.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며 독자들이 기대할 법한 신기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고학계의 안타까운 민낯도 파헤친다. 고고학자들은 ‘학문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최저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실업 상태인 고고학자가 50%에 달할 정도. 실제로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14년 인류학과 고고학을 최악의 대학 전공 분야고 선정한 바 있다. 대규모 도굴과 무분별한 개발 등 ‘역사적 맥락’을 훼손하는 현실을 소개하며 고고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다.
영화 속 멋진 모험만 떠올리는 독자에게 책은 말한다. “좋은 고고학은 역사의 공백을 메우지요. 그것은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갈라진 틈 사이로 빠져버린 역사를 어떻게 해서든 다시 길어 올리는 거지요.” (202쪽) 1만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