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한진해운 법정관리 초읽기] "동원할게 없다"는 한진...30일 운명 결정

채권단 "정상화에 6,000억 필요...조율 차원 아니다"

자구안 규모 턱없이 모자라자 결국 법정관리 급선회

한진해운 채권단과 금융 당국이 자율협약을 연장하면서까지 한진해운에 여지를 주다 결국 법정관리로 의견을 급선회한 것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규모 때문이다. 채권단이 당초 생각한 한진해운의 자구안 커트라인은 필요자금의 80~90%선이었다. 채권단은 신규 지원은 없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부족자금의 90%에 육박하는 안을 마련해오면 이 원칙을 깨면서까지 일부 지원을 추진할 계획을 염두에 뒀으나 한진해운이 필요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안을 가지고 오면서 법정관리 외에 다른 카드는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26일 긴급 백브리핑을 열어 한진해운의 자구안에 대해 “자구안의 5,000억원 중 실효성 있는 것은 4,000억원 수준”이라며 “기존 자구안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 회의 전에 해당 기업이 제출한 자구안 내용을 대외에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채권단이 한진해운과의 간극을 메울 수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회의에 참석한 산업은행과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 등의 실무 책임자들 역시 한진해운 자구안에 대해 미흡하다는 점과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파악한 내년까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1조~1조3,000억원이다. 모두 용선료 20% 중반 인하를 전제한 것으로 만약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한 선박금융 유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부족자금은 1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 현재 선박금융 유예 협상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부족자금은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부족자금을 고려할 때 한진해운의 자구안은 필요자금의 절반, 최악의 경우에는 40%에 지나지 않는다.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은 5,000억원이지만 이 중 1,000억원은 ‘조건부’인 것을 고려하면 최종적인 자구안은 4,000억원 유상증자에 지나지 않는다. 1,000억원은 오는 12월과 내년 7월 각각 2,000억원씩의 유상증자 이후 채권단의 지원이 있을 경우 계열사 출자와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을 고려한다는 것으로 확정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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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은 한진해운의 필요자금과 자구안과의 격차를 고려할 때 한진해운을 정상화하려면 최소 6,000억원 이상을 채권단이 투입해야 하는데 이 원칙은 현대상선 때부터 고수해온 추가 지원은 없다는 원칙에도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정 부행장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대한항공의 4,000억원 지원 외에 채권단이 적어도 6,000억원을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유상증자 일정 등을 고려하면) 그마저도 이런 구조라면 채권단이 먼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행장은 “지금 산은의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 “우리의 입장을 채권단에 일방적으로 전하기보다는 각 기관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다른 채권단들도 사실상 추가 지원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행장은 “만약 채권단의 75%가 찬성하더라도 반대한 25%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나머지 채권단은 그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면서 “그것을 떠안고 경영 정상화를 계속할 것인지도 다른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해운은 전일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한진해운과 채권단이 극적인 의견 조율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턱없이 부족한 자구안을 들고 채권단으로서도 법정관리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면서 “조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운명은 30일 결정된다. 이날 채권단이 추가 지원 불가를 최종 결정하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기간은 다음달 4일까지지만 이와 별개로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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