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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으로 떠난 코미디계 '큰별'

구봉서씨 향년 90세로 별세

배삼룡 등과 전성기 이끈 주역

'막둥이' 애칭으로 사랑받아

"코미디, 풍자로 사회 정화해야"

약자 대변하는 연기 신념 지켜

고 구봉서씨고 구봉서씨




코미디계의 큰 별이자 ‘한국의 찰리 채플린’ 구봉서(사진)씨가 지난 27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폐렴기로 입원했다가 이후 병세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과거 영화 촬영 중 부상한 후유증으로 척추질환을 앓아왔으며 2009년 1월 중순 자택 욕실에서 넘어져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뒤 뇌수술을 받았다. 6년 전부터는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지만 나이에 비해 정정한 모습으로 매주 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지난해 3월에는 KBS 1TV ‘인순이의 토크드라마 그대가 꽃’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기도 했다.


평안남도 평양 출신인 고인은 코미디계의 대부로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는 1945년 대동상고를 졸업한 후 태평양가극단에서 악사생활을 하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평소 취미로 즐기던 아코디언을 들고 길거리를 지나다 급히 악사를 구하던 태평양극악단에 길거리 캐스팅된 것이다.

배삼룡·곽규석·이기동·남철·남성남 등과 함께 1960∼1970년대 한국 코미디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또 그는 1956년 ‘애정파도’를 시작으로 ‘오부자(1958)’ ‘부전자전(1959)’ ‘오형제(1960)’ ‘맹진사댁 경사(1962)’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등 4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코미디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대히트작인 ‘오부자’에 막둥이로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막둥이’라는 애칭으로 대중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1969년 MBC TV 개국과 함께 탄생한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비실이’ 배삼룡과 명콤비로 연기를 선보이면서 국민 코미디언이자 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동양방송(TBC) TV 프로그램 ‘쇼쇼쇼’에서는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콤비를 이뤄 코미디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라면 광고에 등장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국민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고인은 2006년 제1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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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찰리 채플린의 희극 연기를 신봉했던 구봉서는 코미디는 풍자라고 믿었다. 매를 맞더라도 잘못된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는 진실이 담긴 코미디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그는 은퇴 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풍자 코미디가 부족하다”면서 “코미디가 사회를 정화하는 역할을 못 한다면 의미와 역할이 퇴색될 것”이라며 지금 코미디의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네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9일 오전6시,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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