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국내 증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정돼 있었던 이슈인 만큼 올해 말 한 번 인상에 그친다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28일 “옐런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금리인상 신호)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예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당장 코스피 지수 급락과 같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최근 순매도로 돌아선데다 금리 인상 시기가 9월로 앞당겨질 경우 연말에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게 되기 때문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반영됐기 때문에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난 8월부터 연준 지역 총재들이 돌아가면서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시장의 지나친 낙관론에 브레이크를 걸어왔다”며 “시장 기대치가 꾸준히 관리돼온 상황에서 옐런 의장이 이를 다시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미국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고 유럽 주요 증시는 대부분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발언으로 인한 시장 충격은 2,000선 초반이나 1,900대 후반 정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옐런 발언으로 조금 흔들릴 수는 있을 것”이라며 “만일 코스피가 2,000선 초입까지 하락하면 이를 바닥으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점 매수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발을 빼고 있는 상황에서 9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지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오는 12월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005940) 리서치 센터장은 “현재 주식시장은 7~8월 한 번 상승했기 때문에 9월에는 1,950~2,120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10월부터는 유럽 선거, 미국 대선 등 여러 정치적 이벤트의 영향을 받아 1,95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연초부터 순매수를 이어온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외국인은 올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 24일 순매도로 돌아선 뒤 사흘간 4,896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올해 미국 금리 인상이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신흥국에서 매수세를 높여왔지만 현재 달러가 강세로 가고 있는 만큼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영향을 끼칠 이벤트는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데 주요 요소가 되는 미국 고용지표 결과다. 유승민 팀장은 “이달 말일과 다음달 초에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 등이 당분간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고 지적했다. 고용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과 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화 현대증권(003450)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이 12월에 대선을 앞두고 있어 당장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6월부터 호조를 보인 미국 고용지표가 8월에도 20만명 이상으로 유지되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