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비책 마련을 주문한 29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핵잠수함 도입 문제에 대해 “필요한 부분을 실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안보 위협이 가중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핵잠수함 배치를 공론화하고 나서면서 북핵 정책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청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탄도미사일에 핵을 탑재하게 된다면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군은 진화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에 대응한 실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북한의 도발 시도가 자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응징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해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필요성 등을 군사적으로 주장하는 분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유념해 전력화 등의 부분에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정부 관계자도 “핵잠수함 건조 계획은 결정된 바가 없지만 군 실무 차원에서 검토해볼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여당 지도부 역시 공론화를 위한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3년에도 우리 군은 4,000톤급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를 추진하다가 중단된 전례가 있다”며 “군 당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핵우산 확보 등 한미동맹 강화와 더불어 핵추진 잠수함 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국방위 보고에서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미 원자력협정 상으로도 이제는 핵 잠수함을 만들고 핵 연료를 충원할 길이 열려있다. 국방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추진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북한의 잇단 도발에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연료를 동력원으로 삼는 핵추진 잠수함은 20~90%로 농축된 우라늄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한미 양측이 서면약정을 체결할 경우 미국산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할 수 있지만 미국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원자력협정 자체가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협정문 역시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등 다양한 변수를 극복하고 핵잠수함 건조가 이뤄질 경우에는 핵무장 논의도 덩달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핵무장과 달리 핵잠수함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없이 건조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핵무장을 제외하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핵잠수함”이라며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미국의 안보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해 우라늄 농축 허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홍우·맹준호·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