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넘게 공석이던 서울메트로 사장에 김태호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을 임명한 서울시의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각각 서울 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우선 서울메트로 사장에 김 전 도시철도공사 사장을 미리 내정해놓고 형식적 공모절차를 진행한 서울시의 인사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메트로는 이정원 전 사장이 지난 5월 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양 공사 통합 무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3개월 넘게 수장이 없는 상태였다.
서울시는 재공모 끝에 25일 김 전 사장을 서울메트로 사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안팎에서는 임명 한 달 전부터 김 전 사장의 서울메트로 사장 내정설이 나돌았다. 김 사장 역시 23일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권유를 받고 (사장직에) 지원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은 애초 서울메트로 사장에 김 전 사장을 낙점해놓고 요식행위에 불과한 사장 공모 및 재공모를 진행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사장 공모에 지원한 철도 전문가들은 들러리를 선 꼴이 됐다.
현직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돌려막기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사장이 서울메트로로 옮겨가면서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공석이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김 사장은 도시철도공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메트로의 안전 혁신을 이끌어낼 적임자”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 사장 재직시 도시철도공사에서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세간의 관심은 왜 박 시장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김 전 사장을 서울메트로 사장에 앉혔는지에 쏠린다. 이에 대해 서울시 및 지하철노동조합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지하철 양 공사의 통합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서울메트로 사장 인사를 밀어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3월 서울메트로의 양대 노조가 조합원 투표에서 지하철 양 공사 통합안을 부결시킨 반면 김 전 사장이 이끌던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64.49%의 찬성률로 통합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 시장이 구의역 용역직원 사망 사고로 타격을 입은 정치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밀어붙이며 지하철 공사 통합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통합은 한 정치인의 정치적 이해가 아닌 철저하게 시민의 편의를 위해 이뤄져야 한다. 박 시장은 지하철 통합의 순수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정당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통합작업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