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헝가리에 유럽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 헝가리 공장이 완성되면 울산과 중국 시안, 유럽을 잇는 글로벌 3각 생산 축이 완성된다.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유럽 전기차 시장수요에 대응하면서 BMW와 아우디 같은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본지 8월25일자 12면 참조
삼성SDI는 30일 헝가리 정부 청사에서 페테르 시여르토 외교통상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삼성SDI는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전기차 5만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SDI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으며 201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헝가리 공장은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괴드시에 33만㎡(약 10만평) 규모로 건설된다. 기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생산공장을 재건축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장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건축기간과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게 SDI 측의 판단이다.
헝가리는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가 위치한 독일과 가깝다. 삼성SDI는 2009년부터 독일 BMW그룹과 협력을 해오고 있고 지난해 8월에는 독일 아우디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삼성SDI 측은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생산기지가 헝가리 인근에 몰려 있어 이번 공장 건설로 물류비 절감은 물론 고객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수한 배터리팩 생산업체인 마그나 슈타이어가 있는 오스트리아와도 멀지 않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헝가리 공장건설로 SDI는 유럽에서 셀부터 팩까지 일관 생산체제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유럽 거점인 헝가리 공장이 완성되면 삼성SDI는 추가로 유럽 내에서의 매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울산과 중국 내 공장을 갖고 있지만 헝가리 공장을 통해 현지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규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매출을 다변화한다는 측면도 있다.
SDI의 헝가리 공장 착공으로 국내 업체의 유럽 진출도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도 다음달께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을 착공한다. 유럽은 전기차 성장 속도가 가파른데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의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2만8,360대로 전년 동기보다 62%나 증가했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로 전기차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정세웅 삼성SDI 중대형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헝가리 공장 건설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3각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특히 마그나 슈타이어와의 시너지를 통해 유럽 고객들의 다양한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필·김현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