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이대호(33)와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대호는 3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클럽&스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제 나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지금이 메이저리그 꿈을 이룰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지막 불꽃을 태울 때"라고 밝혔다. 국내 무대를 거쳐 2012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는 네 시즌 동안 570경기에서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입단한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는 팀의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달 29일 끝난 일본시리즈에서 16타수 8안타(타율 0.500), 2홈런, 8타점으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2년 보장에 1년 옵션으로 소프트뱅크와 계약했던 이대호는 올 시즌으로 2년을 채운 뒤 소프트뱅크 잔류 대신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이대호는 "만약 메이저리그와 계약에 실패하면 소프트뱅크와 다시 계약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메이저리그 진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잔류를 권하며 6억엔(약 53억원)의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호는 이대호에 앞선 2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대호가 올 시즌 일본에서 타율 0.282, 31홈런, 98타점을 올릴 때 박병호는 한국에서 타율 0.343, 53홈런, 146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지난해도 홈런 52개를 쳤는데 2년 연속 50홈런은 국내 최초다.
일본은 투고타저가 극심한 리그라 이대호와 박병호의 기록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둘 다 1루가 주 포지션인 오른손 거포라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절차는 이대호가 더 수월하다. 자유계약선수(FA)라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과정이 필요 없다. 관심을 보이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바로 협상을 벌이면 된다. 박병호의 경우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주는 포스팅 비용(이적료)을 넥센 구단이 수용해야만 선수 측이 입단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대호와 박병호의 기량이 비슷하다고 판단할 경우 원소속구단에 이적료를 내야 하는 박병호보다는 그런 비용이 필요하지 않은 이대호에게 구단들이 더 적극적일 수도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한국프로야구보다 일본프로야구 수준을 더 높게 보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이대호가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검증을 마친 타자라는 점을 내세워 높은 몸값을 요구할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박병호가 매력적인 카드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대호는 "프로에게 돈은 자존심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지금은 나를 원하는 팀, 내가 뛸 수 있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호와 경쟁하게 된 데 대해서는 "동시에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고 해서 서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둘 다 좋은 결과를 얻고 메이저리그에서 같이 활약하면 정말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대호는 이날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회는 8일 일본에서 개막한다. 이대호와 함께 박병호도 발탁된 터라 대표팀 중심타선을 이룰 이들의 방망이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