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인돌]'풍속화에 슬픈 얼굴이 없는 까닭은?'

3일 종로도서관서 '풍속화, 선조들의 생활을 엿보다' 열려<br>왕의 통치이념 알리고 백성들 교화용으로 제작<br>풍요로운 일상 담아 태평성대 선전위해 그리기도

3일 종로도서관에서 열린 ‘풍속화, 선조들의 생활을 엿보다’를 맡은 신선영 박사가 김홍도의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를 보면서 조선후기의 풍속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BR><BR>3일 종로도서관에서 열린 ‘풍속화, 선조들의 생활을 엿보다’를 맡은 신선영 박사가 김홍도의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를 보면서 조선후기의 풍속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우리에게 풍속화는 평민의 삶이 묘사된 그림 정도로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누구를 위해 혹은 누가 그린 것이었는가를 따져본다면 풍속화는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물론 조선시대에 그려진 풍속화는 백성의 살림살이에 대한 왕의 궁금증 해소를 위한 것이나 백성에게 왕의 통치이념을 알리고 교화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풍속화는 태평성대를 잘 묘사한 선전용이 주요 쓰임새이지요.”

지난 3일 저녁 7시 종로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풍속화 선조들의 생활을 엿보다’를 맡은 신선영(사진) 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지식정보센터 연구원)는 ‘왕의 눈으로 본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시작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신 박사는 고대와 중세시대 통치자에게 그림이란 자신의 사상이나 의지를 선전하기 위한 용도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중국에서 건너온 풍속화가 조선후기에 어떻게 꽃피웠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시대 풍속화는 ‘시경(詩經)’에 주나라의 풍속을 소개한 ‘빈풍칠월편’에서 따온 빈풍도, 경직도 등이 그 시초입니다. 특히 세종은 중국이 아닌 조선의 풍속을 담은 빈풍도를 제작하라고 지시해서 당시 우리 백성들의 참 모습을 알고자 했어요. 이전까지는 중국의 풍속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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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박사는 조선후기에 제작된 ‘동국신속삼강행실도(1617)’ ‘오륜행실도(1798)’ 등 왕의 통치 의지와 백성을 교화하기 위한 역사고사도가 풍속화의 시작이었음을 덧붙였다. 이어 그는 김홍도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면서 조선후기 풍속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60여명으로 구성된 조선후기 도화원에 녹봉을 받는 화원은 고작 5명 밖에 없었다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도화원의 속사정도 사료를 통해 설명했다.

“김홍도는 이전의 화가들과 달리 백성의 삶터에 직접 뛰어들어 사생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천재 화가였던 그는 정조가 궁금해하던 백성들의 다양한 삶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그렸어요. 조선후기의 풍속화는 김홍도의 화풍이 주류를 이루었을 정도였어요.”

신 박사는 김홍도의 대표작 ‘단원풍속화첩’에 담긴 ‘씨름’ ‘무동’ ‘대장간’ ‘서당’ ‘과거시험’ ‘우물가’ 등의 그림을 차례로 보면서 그의 화풍과 섬세한 필치에 대해서 설명해 나갔다. “김홍도는 저잣거리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옷매무새까지 아주 실감나게 그렸어요. 특히 서당의 경우 웃음을 참는 훈장의 모습을 들썩이는 옷깃으로 묘사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측해 볼 수 있어요. 지금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해학적이기도 합니다.”

신 박사는 풍속화에 등장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한결같이 즐겁고 평화로운 것은 임금이 원하는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풍속화에 등장인물의 얼굴에서 힘든 표정을 찾기가 어려워요. 지금이 바로 태평성대라는 것을 보여주기위해서입니다. 게다가 농사를 짓지 않는 화원이나 사대부가 풍속도를 그리다 보니 당연히 목가적인 풍경으로 강조할 수 있었겠죠.”

늦은 저녁, 50여명의 수강생들은 친근했던 풍속화의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는 기회가 됐다. 특히 해학적인 풍속도에 대한 설명이 있을 때마다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서초동에서 온 중년의 부부는 “풍속화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면서 “풍속도에 대한 전문가가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그림을 곁들인 설명으로 우리 문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김홍도의 씨름, 서당 등은 친숙하지만 ‘대장간’‘과거시험’‘우물가’ 등은 잘 모르는 작품이었다. 김홍도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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