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제는 지난해 25년 만에 가장 낮은 마이너스(-) 3.8%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상태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브라질 국립통계원에 따르면 올 2·4분기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로는 -3.8%로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5~7월 실업률은 11.6%까지 치솟으며 가계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호세프 탄핵 3시간 만에 취임한 테메르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경제를 다시 튼튼하게 만들어 브라질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단 ‘테메르호(號)’ 브라질 경제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친기업적 중도우파인 테메르 정권 출범으로 호세프 정권이 깎아 먹은 브라질 경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지난 5월 호세프의 직무정지와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테메르가 임명한 엔히크 메이렐리스 재무장관과 일란 고우지파인 중앙은행 총재 등 일명 ‘드림팀’의 개혁 능력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높다.
투자자들의 긍정적 반응은 브라질 증시와 헤알화 움직임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날 브라질 헤일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4% 오른 달러당 3.2267헤알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헤일화 가치가 달러 대비 33%나 폭락했지만, 올해 들어 호세프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33%, 헤알화 가치는 22% 뛴 상태다.
경제지표 상으로도 브라질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초까지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오던 투자는 2·4분기에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으며, 소비자와 기업 신뢰지수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방코 피브라의 크리스티아노 올리비에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호세프의 직무 정지에 따른 브라질 정부 변화는 (시장)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차기 정권까지의 ‘가교’역에 불과한 테메르 정권의 국정 운영과 개혁 능력에 대한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브라질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카 드볼 선임연구원은 “사람들 눈에 그(테메르)는 레임덕으로 비쳐질 것”이라며 “짧은 임기 동안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취임 후 TV 연설에서 “예산 개혁으로 정부 지출에 상한선을 두는 게 우선순위”라며 향후 20년간의 예산 동결 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데 이어 “은퇴자 수입 보장을 위한 연금 개혁, 고용 창출을 위한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지지율 12%에 불과했던 그가 대중들이 반대하는 이 같은 개혁안들을 얼마나 밀어붙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유라시아그룹의 호아오 아우구스토 데 카스트로 네베스는 “탄핵은 불확실성의 원인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브라질은) 여전히 힘든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