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중국·라오스 순방(2~9일) 기간에 열리는 4대 강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일본은 추진 중)은 이번 정부 들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외교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쇄 회담에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것은 물론이고 성과가 클 경우 박 대통령은 얼어붙은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를 대화로 푸는 계기를 만든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한국 입장을 이해시키는 동시에 핵과 미사일 도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 또한 확실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해야 하는 데 있다.
두 사안 모두 한국의 안보 이익이 직접 걸린 문제여서 양보는 불가능하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상대국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는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정교한 외교전략을 구사해야만 한국의 의도를 관철시킬 수 있다.
외교가는 박 대통령이 우선 사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참가하는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극동의 경제부흥을 목적으로 한다. 극동의 경제부흥은 러시아의 중요한 국가전략 중 하나이며 성공하려면 한국의 참여가 필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최대한 협조하되 사드와 북한 제재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양보를 얻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4~5일)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 최대의 난제다. 관영 매체를 동원해 ‘보복론’까지 펼치는 중국을 상대로 한국의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대북제재 국제공조’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제공조는 물거품이 된다. 이처럼 강력한 카드를 들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한국의 입장을 관철해야 한다.
이어 박 대통령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7~8일)가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이동해 각종 다자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상 이번 무대가 임기 중 마지막 외교 무대다. 임기 말 더욱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고려할 때도 외교적으로 한국에 양보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 대결 구도에서 한국이 확실한 입장을 보여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전적으로 편드는 모양새를 피하고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이익의 균형’을 찾는 것이 박 대통령의 숙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이 확정될 경우 양국 정상은 위안부 합의 이행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