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부산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1일부터 수출 화주들이 부산신항에서 컨테이너를 빼내 가는 등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터미널 운영사들에 하역료와 보관료를 현금으로 주지 못해 부산신항에서 발이 묶인 한진해운의 컨테이너는 20피트와 40피트짜리를 합쳐 1만3,000개(TEU)에 달한다. 한진터미널(HJNC)에 대부분이 묶여 있으며 나머지 4개 터미널에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200여개가 대기 중이다. 사정이 다급한 화주들은 터미널에 현금을 지급하고 묶인 화물을 빼내고 있고 한진터미널에서도 수출 화물을 맡긴 화주들이 대체선박을 구해 화물을 옮기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 위험 등 때문에 운항 스케줄을 제대로 지킬 수 없어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한 수출 화물 수송은 사실상 막혔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수출입 물량의 50%를 한진해운을 통해 유럽 등지로 운반하고 있는 제조업체 A사는 당장 시급한 물량은 외국 선사로 교체해 화물운송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 선사의 20~30%가량 운임 인상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상태지만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항공운송도 고려하고 있어 추가 물류비용만 최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자정부터는 한진해운과 계약한 부산신항 래싱(lashing·컨테이너 고정 작업) 업체 등이 대금 체불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면서 한진해운 선박이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입항하지 못했다.
원활한 수출입 화물의 수송을 위해 부산항만공사가 밀린 대금을 현금으로 대신 지급하기로 하고 나서야 이날 오후8시 신항 한진터미널에 접안하는 한진저머니호부터 다시 작업하기로 했다. 해당 업체들은 “밀린 대금을 받더라도 앞으로는 대금을 받을지 알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진해운터미널 4개의 선석 중 다른 해운사 소속 선박 1척이 정박해 있는 것 외에는 3곳 모두 비어 있었다.
부산 지역 해운·물류 관련 업계는 물론 제조업계도 경영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부산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지역 경제계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부산항 환적화물 대거 이탈, 국적 선사 부족에 따른 외국 선사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운임 상승, 입항 선박 감소에 따른 선용품, 벙커링을 비롯한 항만물류 업계의 손실 확대, 각종 선용품에 대한 미수금 회수 불가 등 유무형의 손실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수출 비중이 60% 이상인 화학업체인 B사는 일주일 단위로 물량이 해외로 수출되는데 현재 20피트 컨테이너 5개가 한진해운 선박으로 운송 중이나 현지에서 선박이 입항 거부된다면 납기지연이 불가피해 손실이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