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G20과 위안화 위기론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홍병문홍병문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다시 슬금슬금 떨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약세로 방향을 튼 위안화는 8월31일 기준환율이 1달러당 6.6908위안을 기록해 6년래 최고치(6.6971위안)에 바짝 다가섰다. 역내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3월 이후 3% 이상 올랐다.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위안화 환율이 꿈틀거리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또다시 위안화 평가 절하 경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과 올 1월 위안화 급락으로 두 차례 큰 홍역을 치른 터라 금융시장은 작은 환율 변동 기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G20 정상회의 이후 위안화가 전격적으로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배경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지속 우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중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까지 부상하면서 달러에 비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짙어졌다. 중국 내 경제 사정도 여의치 않다. 당장 지난 6~7월 중국의 실물경기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중국 당국이 성장률 하락 압박에 맞서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10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공식 편입 시기인 10월1일 이후 평가절하를 단행하면 시장의 비난이 빗발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9월 중 평가절하라는 부담스러운 숙제를 털고 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급격한 위안화 변동은 없다며 위안화의 안정적인 운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좀처럼 이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위안화 가치가 결국 1달러당 7.0위안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위안화 가치에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던 JP모건도 연내 6.8위안은 붕괴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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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스러운 대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약세 베팅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 등 역외 금융시장의 위안화 약세론자들은 G20 정상회의 이후 위안화 평가절하를 기정 사실화하면서 위안화 매도포지션을 쌓기 시작했다. 올 초 위안화 대공세를 퍼부었던 위안화 투기 세력들도 상반기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분위기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반갑지 않다. 우려스러운 것은 또 한 차례의 위안화 요동이 금융 시장 대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국 경제 낙관론자들은 시장의 경고 목소리가 중국 경제에 예방주사 효과를 주기 때문에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 시장의 경고 목소리를 흘려버리는 ‘양치기 소년’ 효과가 오히려 더 걱정스럽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가의 긴장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중국이 G20 정상회의 이후 느슨해지면서 약한 고리가 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중국의 취약 고리가 터진다면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은 위안화와 중국 금융시장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이견은 크지 않다.

/hbm@sedaily.com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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