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낮춰 제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가치입니다.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고 판매량을 늘려 점유율을 늘리면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조성진(사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이 북미 시장에서 무리한 가격 경쟁을 금지하고 나섰다. 판매량이나 점유율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무리한 가격 경쟁을 지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초프리미엄 가전인 ‘LG시그니처’ 등 LG전자가 가야 할 길은 판매량이 아닌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LG전자 가전제품은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LG전자는 월풀, GE 등과 함께 톱 3위권으로 평가 받는다. 프리미엄 세탁기 ‘트윈워시’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가전시장으로 평가 받는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9년 연속 점유율 1위가 유력시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티븐슨 컴퍼니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점유율 27.2%로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올레드TV나 냉장고 역시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LG전자의 올 상반기 북미 시장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5%가량 늘며 3년 연속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조 사장이 브랜드 가치를 강조한 또 다른 이유는 GE를 인수한 하이얼 영향도 있다. 중국 하이얼은 연초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하이얼은 GE를 인수해 프리미엄 브랜드는 GE로, 중저가 제품은 하이얼로 판매해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갈 예정이다. 하지만 GE가 과거와 달리 ‘미국의 GE’에서 ‘중국의 GE’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GE 수요 고객들을 LG전자의 고객으로 모실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부문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빌트인 프리미엄 가전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출시했다. 686ℓ 얼음정수기냉장고, 110ℓ 전기오븐, 5구 전기레인지, 47ℓ 후드 전자레인지, 12인용 식기세척기 등으로 가격 2,600만원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미 가전 시장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계속해서 커지는 점 역시 LG전자가 브랜드 가치에 집중하는 이유”라며 “최대 가전 시장인 미국 등에서 존재감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