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1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실을 찾아 개회사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의장이 깽판을 쳤다”는 등의 험한 막말과 고성을 쏟아냈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최고위원들이 의장실을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새누리당 A 의원은 의장실 밖으로 고성이 들릴 정도로 “의장이 깽판을 쳤다”고 말했고, B 의원은 “사퇴하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B 의원은 이어 “(국회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역대 야당의 의장들도 이런 적이 없다”며 “한번 찾아서 비교해 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소속 동료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정 원내대표는 “질서 유지를 합시다”고 진정시켰다.
A 의원은 “민의를 반영해 말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걸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며 “의장님이 A(에이)라고 생각하고 말해도 사람들은 A(에이)라고 곧이곧대로 안 듣는다”며 개회사에서 밝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거듭 지적했다.
이에 정 의장은 자신의 개회사를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 ”국회 의장으로서 지적할 것은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정파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뜻을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의장 개회사를 문제 삼아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럴 수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이날 20대 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을 언급하며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수사기관 신설을 주장했고,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 측은 여당의 반발 강도가 거세자 보도자료를 내고 “‘사드배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 민의 수렴과 주변국과의 관계변화에 대한 고려 등이 부족했음을 지적한 것”이라며 사드배치를 반대한 것이 아님을 거듭 밝혔다.
/김홍길·박효정 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