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장학금이 등록금의 절반 ?
지난달 31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5년도 대학생 1인당 장학금이 등록금의 절반에 가깝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4년제 일반대학 180개교를 중심으로 장학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도 학생 1인당 장학금 지급액은 315만1,000원, 평균 등록금은 667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등록금 부담금은 352만4,00원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 모양새다.
교육부는 등록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자평하며 2012년 국가장학금 도입 등 정부의 획기적인 예산 지원과 대학의 자발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하면 장학금 지급액은 48%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정작 대학생은 이 같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은 정부의 획기적인 등록금 확충 효과를 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
평균의 함정
사립대학생과 국공립대학생이 받는 장학금은 차이가 있다. 사립대학생의 경우 328만2,000원으로 평균 등록금이 73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부담금은 406만원이다. 국공립대학생의 경우 장학금으로 268만4,000원을 받아 평균 등록금 418만원에서 제하면 1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국공립대에 비해 2배 이상의 부담을 떠안고 있는 사립대 학생의 비율은 전체 학생의 78%에 육박한다.
장학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장학금 수혜 비중을 살펴보면 ‘평균의 함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대학연구소의 ‘2015년 대학계열별 평균 등록금 대비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 비중’에 따르면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학생의 범위는 생각보다도 좁은 편이다. 대학생의 소득분위는 기초생활수급자부터 10분위까지 총 11개로 나뉘는데, 이 중 8분위까지만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등록금 부담이 적은 국립대학생이 사립대학생 보다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비율이 높다. 인문사회대·자연과학대는 6분위, 공학·예체능은 5분위, 의학은 4분위까지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다. 반면 사립대학생의 경우 인문사회대는 4분위까지 자연과학대는 3분위까지 공학·예체능대는 2분위까지 50%이상의 등록금 지원을 받았다. 사립대 의대 재학생은 기초수급자라 할지라도 국가장학금의 절반도 채 받지 못했다.
교내장학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평균 315만원을 지원받고 있다는 통계는 말 그대로 ‘평균치’일 뿐이다. 대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 괴리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1인당 장학금 수치에 가려진 1인당 등록금 부담금과 생활비
교육부의 발표대로 장학금을 평균치로 지급받았다고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남은 등록금과 생활비는 청년이 스스로 감당하기 버겁기 때문. 부담액이 큰 사립대(대학생의 78% 수준)의 경우 1인당 등록금 부담금은 406만원이다. 이자 없이 원금만 나눠서 갚는다고 하더라도 한달에 33만8,000원이다.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으로 계산하면 매일 1.99시간 일해야 한다. 물론 등록금이 다가 아니다. 대학생 1인당 월 평균 생활비는 36만6,000원(2015년 10월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 설문조사)이다. 평균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2.19시간의 추가 노동이 필요하다. 매일 4시간10분을 일해야 등록금과 생활비의 부담에서 벗어나 졸업 이후에 빚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그럴 필요 없이 대학시절엔 빌려서 마음껏 공부하고 취업해서 갚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안 이사장은 지난 7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생들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며 “국가장학금 비중을 줄이고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그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 등의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며 사과를 표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등록금 대출을 감행하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재학생과 대학졸업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발언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 ‘그 많은 등록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교육부는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1,427만원씩 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등록금을 훨씬 웃도는 금액의 교육여건이 제공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발표를 접한 대학생들은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도 차가 이토록 심하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학생과 대학의 교육비 산출공식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대학·정부가 산정한 교육비는 교육여건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에 사용되는 금액이다. 1인당 교육비는 총 교육비에서 재학생 수를 나눈 수치인데, 총 교육비는 교비회계와 산학협력단회계의 합이다. 인건비·물건비·연구지도경비·장학비·경상비·산학협력비·도서구입비·기계기구매입비 등 학생의 교육비로 재투자 된다고 여겨지는 모든 비용의 총 금액이다. 그러나 학생에게 교육여건이란 ‘마음 편히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환경’이다. 대학생 김선정(23)씨는 “원하는 건 간단해요.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게 하는 한국이길 바래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방 구하기 전쟁을 치르지 않고, 허덕이지 않을 만큼의 합리적인 등록금을 내고, 노력하면 내 힘으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수용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때문에 학교 밖으로 떠밀려난 학생들은 월세 부담을 줄이고자 전셋집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수십만원짜리 월셋방을 전전하게 되는데 그마저도 부족해 1~2평짜리 고시원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평균 등록금(1인당 장학금 제한 금액)과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매일 4시간씩 일해야 한다.
사회는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열정과 용기를 가지고 현실을 헤쳐나가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고 있다. 먹고 살기 급급한 현실이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내일’을 위해 곳간에 쌓은 대학 적립금 8조 육박
2015년도 사립대학 적립금은 7.96조원으로 전년 대비 973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엄청난 액수다. 적립금은 말 그대로 내일을 위해 대학이 곳간에 쌓아 놓는 돈이다. 수입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상황을 대비해 이 같은 액수의 적립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학생 대부분의 의견이다. 2015년 용도별 적립금 현황을 살펴보면 건축기금이 3.53조, 장학기금 1,38조, 연구기금 7,364억, 퇴직기금 690억 그리고 기타기금 2.25조다. 교육부는 지난 2011년부터 건물의 감가상각비 외에는 등록금 수입으로 적립금을 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 건립비, 유지·보수관리비에 이어 감가상각비까지 등록금으로 충당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목적이 불분명해 늘 논란에 휩싸이는 기타 적립금 역시 2조원을 웃돈다. 학생들의 실질적 어려움은 모른 척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글·영상=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