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는 국민은 적게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조세 주권’ 의식을 가지고 복지의 시혜자가 아닌 주권자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됩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4년 기준 면세자 비율은 48%에 달한다. 거대 양당이 ‘후폭풍’을 의식해 면세자 비율 축소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면세자 비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자체 세법개정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의장이 민감한 ‘세금’ 이슈를 건드려가며 개세주의를 강조하는 까닭은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저부담·저복지로 가면 공동체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할 수 없다”며 “당장 우리가 스웨덴처럼 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 맞는 중복지 수준으로 설정하기 위해선 국민 부담을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면세자 비율 축소 등 국민 전체가 고통을 분담할 때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부자증세’에 힘이 실린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소득세의 경우 1억5,000만원 과표구간 이상이면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 위에 최고구간을 만들어서 고소득층의 누진세율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개세주의가 함께 추진돼야 고소득층의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여세나 상속세 인상 역시 필요하다는 게 김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근로소득에 비해 자산소득에 부과되는 세율이 낮다”며 “자산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해 근로소득자가 유리지갑처럼 취급받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상에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김 의장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실효세율 인상부터 검토해봐야 하지만 정부의 예산안을 살펴본 결과 명목세율을 올리지 않고 정부의 적자를 줄여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그러나 “일자리를 늘리거나, 협력업체의 임금을 인상해주거나, 하청단가를 낮췄을 경우 과감하게 법인세를 깎아주는(세액공제) 정책을 동시에 펴야 한다”며 “사업하는 분들이 일자리를 만들면 세금을 낮출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국민의당 중심의 제3지대 확장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그는 “국민의당이 제3지대이며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확장할 것”이라며 “20대 총선에서 양극단으로는 안 된다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주류의 비중이 커져 자기변화·개방성·공정경쟁에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제3지대의 필요성에 대해 “노키아가 삼성과 애플에 밀려 문을 닫을 때 노동자가 공장을 점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 반문하며 “우리나라가 노키아와 달리 사회갈등이 빈번한 이유는 여당과 야당이 자기 지지층을 향해 ‘표’ 되는 이야기만 해서다. 제3지대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나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의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직 특정 인물 중심으로 당의 정치지형이 형성돼 있지 않다”면서도 “손 전 고문과 잘 아는 사이이고 입당 권유는 직접 하지 않았지만 기득권 양당구도를 깨뜨려야 한다는 데 손 전 고문이 동의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의장은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에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양극단으로 치닫는 양당구도를 깨뜨리고 새로운 개혁정당을 만드는 것을 인생 목표로 정했다. 그 진심이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는 물론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핵잠수함 추진에 대해 명확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북이 핵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안보의 중요한 축”이라며 “창과 방패의 무한 군비경쟁이라는 덫에 대한민국이 갇히게 놓아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북한의 미사일을 실시간 탐지하고 선제공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드 배치가 중국을 자극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국제적 공조의 한 축을 흔들리게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해 톈안먼 망루에 오르면서 보여줬던 외교적 행보는 다 어디 갔느냐”고 지적했다. 사진=이호재기자